[CEO칼럼] 반성없는 코로나 의료공급정책
2022-04-18 06:00
이제 방역이 완화되는 시점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지난 2년간 '한국 의료의 민낯'을 체감했다.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은 확진자에도 병상이 부족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환자 진료 의료인과 방역 인력은 돌려막기로 충원됐다. 수적으로 매우 적었던 공공병원이 전담병원으로 전환돼 거의 총동원됐다. 그 결과 그간 진료받던 환자들, 특히 취약 계층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이들 상태에 대해선 아직 제대로 된 평가조차 없다.
대형병원 중환자 병상을 1%, 2% 이런 식으로 조금씩 코로나 환자 대응에 내놓으라고 명령했지만 대형병원들은 코로나 일반 병상을 거의 내놓지 않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호전된 환자는 다른 전담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다. 거꾸로 전담병원은 중환자를 진료할 능력이 없어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장거리 환자 이송이 다수 발생했다. 이는 전담병원 역할을 한 대다수 공공병원의 중환자 진료 역량이 미약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작년부터는 이런 공공병원마저 부족해지자 민간 중소병원도 일부 전담병원에 지원했다. 이들 중소병원도 주요 공공병원과 마찬가지로 사실 중등도 코로나 환자만 주력으로 진료했다. 중환자 진료 역량이 있는 병원은 전담병원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담병원의 기존 의료진들은 상당수가 이직하고 새로 충원됐다. 코로나 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 진료과나 의료 인력이 필요 없어졌고 코로나 진료와 관련된 부분만 특화하면서 대부분을 감염병상처럼 이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야전 병상 체계와 유사하게 운영됐다.
그런데 사실 이런 문제는 애초부터 예상 가능했다. 병원을 몇 개씩 비워가며 전담병원을 만드는 과정은 가장 손쉬운 결정이지만 외국에서 이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극단적인 단일 진료체계를 상정해서는 지속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환자의 치료 성과에서도 여러 합병증과 다른 질병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병원 기능이 있어야 유리했는데 한국은 진료의 질은 일찍이 포기했다. 무엇보다 적은 수의 확진자를 두고도 전담병원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민간 병원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한국 공공병원은 OECD 평균인 71.6%에 비춰 말도 안 되는 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 병원들이 수익성도 없고 병원 전체 비용만 상승시킬 코로나 환자 진료에 미온적인 건 당연한 결과다. 민간 병원을 코로나 진료에 참여시키는 데에는 막대한 추가 예산이 필요하고 행정적 절차와 설득이 요구된다. 국가가 소유한 공공병원을 명령으로 비워서 전담병원화하는 것과는 비용과 절차 측면에서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 방향에는 제대로 된 공공의료 대응 계획이 전무하다. 도리어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에서 민간 의료기관에 정책수가라는 이름의 자본비용을 지불해 의료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대형병원 쏠림이 심화된 이유는 다름 아닌 자본 조달 능력이 의료 공급의 '부익부 빈익빈'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공공의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런 비효율적인 쏠림을 막고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민간 병원에 자본비용을 투입하는 것보다 공공 인프라 확대가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자신의 병원을 보호하는 데 앞장선 대형병원에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할 게 아니라 고사 직전인 공공의료에 더 큰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팬데믹에는 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