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엔화 약세 달갑지 않다?
2022-04-12 17:53
과거 엔화 약세는 해외에 자동차와 카메라를 더 싸게 팔 수 있어서, 일본 수출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로이터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일본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년 간 해외 생산을 늘려, 엔저의 혜택을 과거에 비해 덜 본다. 일본 경제산업통상성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 생산의 약 4분의 1은 해외에서 이뤄진다. 10년 전 17%와 20년 전 15% 미만에 비해서 큰 폭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일본 자동차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이 연간 판매하는 자동차의 약 3분의 2가 현재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만든 자동차는 판매량의 40%도 안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본 신용조사업체 도쿄 쇼코 리서치가 7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설문 조사에 따르면 30%에 달하는 기업이 엔화 약세가 기업 활동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5%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나머지 65%는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비용을 증가시키지만, 현금이 풍부한 일본 기업들에는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반면, 엔화 약세는 외국 바이어들이 일본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저가 경제에 좋다고 보지만, 구로다의 전 재무부 동료들 가운데 일부는 엔화 약세를 일본의 경제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지난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엔화가 달러화 대비 130엔 이상 약세를 보일 경우 정부가 개입하거나 금리를 올려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130엔 이상의 약세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카키바라 총재는 1990년대 엔화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통화 개입을 주도해 '미스터 엔'으로 불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