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투자 확대하는 상사업계...'2라운드' 본격화

2022-04-02 06:00

상사업계가 신규 먹거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그에 따른 여파로 인해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트레이딩으로 경쟁력을 겨뤘던 상사업계가 이제는 ‘옥석 가리기’ 분야에서 2차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현대코퍼레이션 등 상사업계는 최근 새로운 투자처 물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상사업계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거나 자사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세넥스에너지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4억4242만 호주달러(약 4020억원)를 투입해 세넥스에너지 지분의 50.1%를 취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널을 뛰는 가운데 마무리된 이번 인수를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기업가치 상승과 국가 에너지 안보 확보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넥스에너지를 활용해 신규 가스전 개발에도 나서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 산업에서도 성과가 기대된다. 세넥스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는 가스전을 활용해 블루수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등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수소는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CCS로 처리,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가 없도록 한 수소를 뜻한다. 호주 지역은 사용 후 비어있는 가스전이 많아 CCS 기술을 개발·적용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인수를 발판삼아 그룹 차원에서 2030년까지 블루수소 5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넥스에너지가 운영하고 있는 호주 육상가스전 생산시설.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이보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LX인터내셔널이 한국유리공업 인수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LX인터내셔널은 5925억원을 투입, ‘한글라스’ 브랜드로 유명한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인수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LX인터내셔널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추가로 확보하고 향후 다양한 소재 분야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지난해 5월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LX그룹이 단행한 첫 번째 인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자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활용해 한국유리공업의 사업영역 확장, 친환경 고수익 코팅유리 기술력 강화 등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LX인터내셔널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소재산업에 첫 발을 들였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윤춘성 LX인터내셔널 대표는 한국유리공업 인수 소식을 전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자원 사업의 손익 변동성을 보완하는 안정적 수익 기반을 추가 확보하고 친환경·최첨단 산업 등 다양한 소재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 군산시 한국유리공업 군산공장 [사진=LX인터내셔널]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투자전문 글로벌 종합 기업으로의 변신·도약을 선언했다. 조만간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를 위해 △폐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리사이클 사업 및 관련사업 △신기술사업회사 및 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련 사업 등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정관을 변경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3월 사명에서 ‘종합상사’를 떼어내면서부터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초에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차량 내‧외장 플라스틱 부품 사출·도장 공장 건설에 나섰다. 이 공장은 이달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신기인터모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신기인터모빌 지분의 70%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그렇듯이 상사업계도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최근 다른 산업군에서도 타기업 인수를 통한 시너지(동반 상승) 효과를 도모하듯이 상사업계도 기업 인수나 지분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