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말 바꾸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향방 혼돈으로...서방 제재도 계속

2022-03-31 16:13

평화에 대한 희망이 잠시 비치던 세계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평화 협상을 병력 재편성을 위한 위장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비판이다.

30일(이하 현지시간) 블라디슬라브 아트로셴코 체르니히우 시장은 CNN과 인터뷰하면서 "러시아군이 약속과 달리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터키에서 이뤄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이 건설적이었다며 "양국 간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후퇴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철수 약속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한 것이 아니라 친러시아 반군의 통제하에 있는 돈바스 지역으로 위치를 옮겼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부 또한 키이우 주변에 배치됐던 러시아군의 약 20%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나 이는 철수가 아닌 재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키이우 주변에 배치한 소규모 군대와 기동부대인 대대전술단을 재배치한 것을 확인했지만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가 철수 약속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키이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군대를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군이 막대한 병력 피해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거짓 정보를 받는 방증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참모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얼마나 나쁜 성과를 내는지, 러시아 경제가 제재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지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베딩필드 국장은 미국은 대러 제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다수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군대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른바 '금융 핵무기'로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조치를 취했지만 추가적인 금융 제재를 취해 타격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금 세탁 수단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하는 조치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