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지쳐가는 우크라-러…트럼프 재집권에 변곡점 맞나

2024-11-21 13:34
우크라 국민 52% "종전해야"…"푸틴, 트럼프와 평화 협상 의향"

18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지역에서 포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군 포병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000일을 넘긴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민 절반 이상이 빠른 종전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우크라이나 휴전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종전을 공언해온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20일(이하 현지시간) 갤럽이 올해 8월과 10월에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52%는 자국이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종식시키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국민 38%는 자국이 승리를 거둘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고 응답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바라본 전쟁에 대한 시각은 2022년 2월 말 전쟁 시작 이후 달라지고 있다. 갤럽은 “러시아가 본격적인 침공을 시작한 후 몇 달 동안 조사한 결과, 우크라이나 국민 73%가 승리할 때까지 싸우는 것을 선호했고, 2023년에도 협상(27%)보다 전쟁(63%)을 원했다”며 “이후 전쟁 피로가 심화됐고, 평화 협상에 대한 국민 지지는 52%로 상승해 처음으로 과반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포함해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전쟁에 대한 국민 지지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의 경우, 2022년에는 86%의 국민이 전쟁을 지지했지만 올해는 전쟁 지지율이 47%로 줄어들었다. 종전 협상을 선호하는 우크라이나 국민 중 52%는 ‘평화를 위해 일부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지 국민 38%는 ‘평화를 위해 영토를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고, 10%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의 신속한 가입에 대한 희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 51%는 향후 자국이 나토 회원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전쟁 초기 2년 동안 6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해 감소한 수치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EU 가입에 대한 기대도 비슷한 궤적을 보였다. 2022년과 2023년 우크라이나 국민의 73%가 10년 이내 EU에 가입할 것으로 믿었지만 올해는 61%만 EU 가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트럼프 집권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불가를 조건으로 트럼프와 휴전 협정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는 크렘린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러시아 전현직 관리 5명을 인용해 푸틴이 최전선을 따라 ‘분쟁 동결’에 폭넓게 동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3명의 소식통은 러시아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4개 지역의 정확한 분할에 대해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2명의 관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와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점령 중인 비교적 작은 영토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18%를 장악하고 있다.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통칭)의 80%,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7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르키우의 3% 미만과 미콜라이우 영토 일부를 점령 중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로 러시아 본토를 처음으로 공격했다.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방향으로 최대 12발의 스톰섀도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발사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