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불야성' 된 안과, 금융당국 책임 회피 말아야

2022-03-26 09:00

금융부 김형석 기자

"안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 일대 안과가 밤늦게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일부 안과의 경우 관광버스로 노인들을 단체로 싣고 와서 새벽까지 수술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직원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의 백내장 보험금 점검차 수도권 내 안과를 방문한 뒤 이같이 토로했다.

실제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 상위 5개사의 지난 2월 말 기준 올해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 총액은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월 500억원 수준이던 5개 손보사의 백내장 수술 지급 보험금은 지난달 약 800억원으로 늘었다. 3월 관련 보험금은 이미 1, 2월을 합한 액수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백내장 보험금 액수가 50% 이상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백내장 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병·의원의 집중적인 절판 마케팅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한 규제로,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규제 시행 전에 보험금을 챙기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안과들은 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기 전인 2월과 3월이 미뤄뒀던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게 유리하다는 내용의 안내를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거나 인터넷카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올리는 등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중 일부 안과는 당국 규제를 악용, 전직 보험설계사를 동원해 백내장 수술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전직 보험설계사를 브로커로 고용해 현직 보험설계사로부터 고객 유치 시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들 브로커는 현직 설계사로부터 소개받은 고객이 실제 수술을 할 경우 건당 50만원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백내장수술 절판 마케팅에 대해 점검을 나서기로 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4일 보험사 CEO 간담회를 진행한 뒤 나온 조치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주에 구체적인 백내장 수술 절판 마케팅 관련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과잉진료 자제를 권고하고 보험사들에도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늦게나마 백내장 수술 절판 마케팅에 나선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달부터 성행하던 백내장 수술 절판 마케팅을 외면해 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미 다음 달 수술과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 보험금 지급 기준 정비 방안을 내놓기로 했던 만큼, 선제적 대응도 가능했다.

실손보험은 최근 존폐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해에만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3조원, 3년새 10조원에 달한다. 보험료 역시 매년 15% 안팎으로 상승하고 있다. 실손보험료 인상은 결국 38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확대로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대책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