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매화에 이르는 길] ⑤ 치매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2022-03-24 16:52

[그래픽=홍승완 기자]

치매(Dementia, 癡呆)라는 병은 정상적이었던 뇌가 기질적으로 손상돼 지능·학습·언어 등 인지기능과 정신기능이 저하되는 복합적인 임상 증후군을 이르는 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치매 환자의 수는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이는 치매의 한자를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매화에 이르는 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치매(致梅)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이른다는 뜻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라는 낭만적인 표현이죠.

아주경제는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의 저자인 뇌신경외과 전문의 최낙원 박사와 함께,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조기 진단을 통해 치매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열쇠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Q. 치매 진단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나?
치매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초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등 치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질병이다. 따라서 여러 검사 방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개발 중이며,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 진단을 정확하게 하려면 다음의 3단계를 거친다. 
 

[표=최낙원 박사]

△간이정신상태검사(MMSE-DS)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는 치매선별검사도구는 간이정신상태검사로 인지기능 손상을 간단하고 신속하게 측정하고 선별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 검사다. 1차적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환자에게 활용되며, 검사 시행 지침이 비교적 쉽고, 검사 시행 시간이 5~10분으로 짧다. 이 MMSE 점수에 따라 치매 치료제의 국민건강보험 급여 인정 기준에 활용하므로 중요한 검사법이다. 

치매선별검사는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시행하는 쉽고 간단한 평가방법이다. 추후 평가가 필요한지 결정하는 검사이기도 하기에 MMSE는 인지기능장애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반복 측정으로 인지기능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유용하다. 

MMSE가 중등도 혹은 심산 수준의 치매를 탐지하는 데 신뢰도가 높고 타당성이 입증될 수 있지만, 치매를 확진하거나 치매의 유형을 구분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게다가 MMSE의 결과는 나이와 교육 수준에 영향을 받는데, 보통 교육 연한이 9년 이하면 바닥효과(쉬운 문항이 부족해 측정이 충분치 못한 것)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교육 연한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MMSE는 총점 23점을 인지기능장애의 평가 기준점으로 정하고, 24~30점은 인지적 손상없음, 18~23점은 경도 인지기능 장애, 10~17점은 분명한 인지기능 장애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MMSE의 점수와 같이 ADL(기본적 일상생활 능력, Activities of Daily Living) 혹은 IADL(도구적 일상생활 능력, 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의 평가를 진행한 뒤 치매 진단을 내린다. 이 경우 장점은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한지 예상할 수 있다.
 
Q. 치매 검사법을 좀더 알아보면 무엇이 있을까?
치매 검사법은 상당히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치매는 후천적인 인지기능 손상과 인력의 변화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행동 및 심리 증상이 동반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장애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일상생활 능력 ADL에는 기본적 일상생활 능력(Basic ADL)과 도구적 일상생활 능력(IADL)으로 나뉜다. 

IADL은 수단적 일상생활 동작이라고 하여 ADL의 일상생활 동작보다는 복잡한 가사, 외출, 금전관리 등의 응용동작을 뜻한다. 또한 고령인의 사회 환경 적응도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ADL은 일상생활 동작이라고 하여 식사, 배설, 목욕, 옷 갈아입기, 보행 등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동작을 말한다. 보통 치매 증세가 나타나면 IADL 기능부터 저하된다. IADL 기능이 저하되면 혼자서 생활하기가 힘들어지지만, 주변에서 관찰하면서 가끔 도움을 주면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그러나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 IADL 기능의 저하에 이어 ADL 기능에 저하가 생긴다. 보통 치매 중증 이상의 환자의 예로, 자기 주변의 일들(배변 및 식사 등)을 혼자서 하기 힘들어져 계속 보호자가 돌봐 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표=최낙원 박사] 

Q. 치매 진단 평가 도구에 공식적인 검사법은 없나?
세라드(CERAD, Consortium to Establish a Registry for AD)라는 검사법이 있다. 주요 대학병원 치매 클리닉의 기본 치매 진단 평가 도구로 사용되는데, 공식적으로 치매 진단 평가 도구로 채택되고 있다. CERAD 임상 평가집은 임상의가 치매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환자의 기본 정보를 일정한 양식에 따라 체계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된 평가 양식 및 지침서로 환자와 정보 제공자가 하는 반구조화된 면담, 간단한 인지기능검사, 신체 및 신경학적 검사, 임상병리검사 및 CT나 MRI 등의 뇌영상검사를 시행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집에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치매를 진단한다. 

이 검사의 장점은 전자책 출시와 함께 진단 평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인지 영역 대부분을 포함하면서도 전체 검사 시간이 30~40분 정도로 비교적 짧고, 검사 시행과 평가가 다른 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워 치매 환자 평가에 유용하다. 

CERAD 검사 항목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언어유창성검사 : 1분 동안 동물 이름 생각나는 대로 모두 말하기
② 보스턴이름대기검사 : 15개 선으로 제시되는 사물의 이름 답하기
③ 간이정신상태 평가 
④ 단어목록기억검사 : 흔히 사용하는 10개 명사를 사용한 자유 회상 과제. 10개 단어를 2초 간격으로 제시, 소리 내어 읽게 한 뒤 90초 동안 가능한 한 많은 수의 단어를 회상하도록 한다. 3회 시행 때마다 제시 순서 변경
⑤ 구성행동검사 : 시공간 분석 능력과 구성 능력 평가로 3개의 단순한 2차형 도형과 1개의 3차원 도형을 순서대로 보고 그리기
⑥ 단어목록회상검사 : 단어목록기억검사에서 제시했던 10개의 단어를 구성해동 검사 시행후 회상
⑦ 단어목록재인검사 : 단어목록기억검사에서 제시한 10개의 단어와 새로운 단어 10개가 쓰인 카드를 섞어 제시하면서 단어목록기업검사에서 제시했던 단어를 구분하게 함
⑧ 구성회상검사 : 구성행동검사에서 제시한 도형을 시간 경과 후 회상하여 그리게 함
⑨ 길만들기검사 : 무작위로 배치한 25개 숫자를 순서대로 잇기로, 13개의 숫자와 12개의 문자를 교대로 잇는다
⑩ 스트룹검사(단어검사, 색깔검사)
 
Q. CERAD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검사법인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검사법은 CDR(Clinical Dementia Rating, 치매임상평가척도)이다. 이 검사는 기억력, 지남력,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 사회 활동, 집안 생활과 취미, 위생과 몸치장의 6가지 영역 평가를 기초로 하여 치매 임상 단계를 5단계로 분류하도록 구성된 측정도구다. 

CDR를 통해서 치매 정도를 판단하고, 치료 계획을 설정하며 치료에 따른 변화를 평가해 볼 수 있기에 치매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CDR는 치매 환자의 전반적인 인지 및 사회기능 정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등급 척도다. 각 나라의 임상 연구에서 치매의 정도를 제시하는 기준으로, 임상 시험에서는 치매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치매 환자를 진료할 때 치매의 중등도 평가는 여러 면에서 중요하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검사의 특징은 적절한 약물을 선택할 수 있고,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현재 환자의 상태와 이에 따른 병구완의 적절한 지침을 보호자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질병 경과에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임상에서는 약물 치료를 하면서 환자가 보이는 반응 정도를 추적하는데 치매의 중등도 평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치매 치료제의 임상 시험에서도 CDR나 CDR-Sum of Boxes(CDR-SB)의 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사용된다. CDR-SB는 경도인지 장애에도 매우 예민하게 약물의 효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 약물의 1차 유효성 변수로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치매 환자에게 콜린분해효소억제제나 NMDA수용체길항제 종류의 약물을 처방할 때는 MMSE 점수와 치매의 중등도 척도인 CDR나 GDS(Global Deterioration Scale) 점수가 약물의 보험 인정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한 뒤 이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또 최근 치매보장성 보험들이 출시되면서 보상의 기준으로 CDR와 같은 치매의 중등도 척도를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다. 
 
Q. 그 외 치매 진단에 필요한 검사는?
치매 진단에 빠질 수 없는 검사라면 진단의학검사가 있다. 이는 여러 가지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그 외 가슴 엑스레이와 심전도검사다. 이러한 검사들은 기억력 저하나 기타 인지기능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찾고, 이에 따른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또 직접적인 치매 유발 인자는 아니지만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키거나 2차 치매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및 비만 등의 여부 및 현재 상태를 파악해 적절하게 치료를 관리하기 위한 기초 검사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MMSE로 정상 소견을 보이는 환자의 경도인지 장애를 검진하기 위해 개발된 도구인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 치매 진단을 위해 국내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인지기능검사인 'SNSB(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검사 등이 있다. 
 
Q. 뇌척수액과 뇌혈류 검사는?
뇌척수액은 우리의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액체로 뇌와 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에 직접 닿아 있으므로 뇌에 변화가 발생하면 뇌척수액도 바로 변한다. 즉 치매의 유형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은 뇌 조직에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알츠하이머병으로 뇌에 축적되는 노인성 반점이나 혈관아밀로이드의 주요 구성 단백질)과 타우단백질(뇌세포에서 미세소관을 이루는 단백질)이 쌓이면, 그에 따라 뇌척수액에서 이 두 물질의 농도에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①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리면 정상 상태와 비교해 뇌척수액 내 아밀로이드베타42 단백질의 뚜렷한 감소와 인산화타우단백질의 뚜렷한 증가 소견을 보인다. 

② 혈관성 치매에 걸리면 뇌척수액 내 아밀로이드베타42 단백질이 경도 감소세를 보이고, 인산화타우단백질은 정상과 비교해서 차이가 없다. 

③ 루이소체 치매에 걸리면 뇌척수액 내 아밀로이드베타42 단백질이 경도 증가하고, 인산화타우단백질이 경도 증가한다. 

④ 전·측두엽 치매에 걸리면 뇌척수액 내 아밀로이드베타42 단백질이 경도 감소하고, 전체 타우단백질이 경도 증가한다. 

그리고 뇌혈류 검사는 '경두개도플러검사'라고도 한다. 초음파를 이용해 뇌동맥이 정상인지 좁아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협착이 어느 정도인지, 협착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뇌동맥이 막히면 다른 동맥을 통해 혈액이 얼마나 잘 공급되는지를 알 수 있다. 혈관 속에서 흐르는 혈액의 속도와 파형, 방향을 알아내 뇌혈관의 좁아짐이나 막힘, 측부 순환을 알아보는 검사다. 이를 통해 혈관성 치매 여부를 알 수 있다. 
 

아밀로이드 PET-CT 검사 결과. 왼쪽은 음성으로 푸른색과 초록색은 베타아밀로이드 밀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른쪽 주황색과 붉은색은 베타아밀로이드 밀도가 높다는 것이며, 알츠하이머성 치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양성 스캔 모습이다. [사진=분당차병원]

이외에도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을 측정하는 검사법으로 아밀로이드 PET 사진 검사 방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