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안보고서] 지난해 가계·기업 빚, GDP의 2.2배…사상 최대

2022-03-24 15:28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해 가계와 기업 빚(신용)이 한국 경제 규모 대비 2.2배를 웃돌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자산 투자 수요 등 영향으로 민간신용(민간부채)이 빠르게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불안지수도 각국 통화 정상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속 주의 단계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전년(213.7%) 대비 7.1%포인트 늘어난 220.8%로 197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가계와 기업부채 총합 규모가 우리나라 명목 GDP 대비 2.2배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가계부채는 1862조1000억원으로 1년 새 7.8%포인트 증가했고, 기업부채 역시 2361조1000억원으로 10.7%포인트 늘었다.
 


 

민간신용/GDP 비율[표=한국은행]


한은은 민간부채가 코로나 이후 장기 추세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신용(106.1%)과 기업신용 비율(114.7%)이 전년 대비 각각 2.7%포인트, 4.4%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가계부채 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하는 임계수준(80%)을 크게 웃돌았다. 기업부채 비율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알 수 있는 신용갭은 가계대출이 3.2%포인트, 기업대출이 7.5%포인트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말보다 각각 2.6%포인트, 0.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긴 하지만 여전히 높다는 것이 한은 측 판단이다. 

이처럼 빚이 소득보다 빠르게 늘면서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도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73.4%로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임계수준을 넘어서면 가계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와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단기적인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금융불안지수(FSI)는 주의 단계 임계치(8)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FSI는 2020년 4월(24.4) 위험 단계를 넘어섰다가 지난해 6월 0까지 내려왔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시 오르는 추세다. 

금융 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금융취약성지수(FIV) 역시 작년 4분기 기준 54.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취약성지수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1월 100을 기준으로 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73.1을 나타낸 바 있다.

한은은 이러한 상황에서 잠재적 부실 위험에 대비하는 한편 민간신용 증가 억제와 자산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통해 금융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이 분기당 24조원 가까이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