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카스피 송유관 걸어 잠그나…"대러 제재 보복" 의심도
2022-03-23 09:44
폭풍우 피해에 시설 수리…바이든 유럽 순방 앞두고 발표 "진위 의심"
러시아가 세계로 원유를 보내는 주요 송유관을 걸어 잠그며, 국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서방의 잇단 대러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카스피 송유관의 가동을 최대 2개월 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매체인 타스 통신이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송유관 시설이 폭풍우 피해를 입어 수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흑해로 원유를 수송하는 카스피 송유관을 통해 하루 100만 배럴 이상에 달하는 원유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 공급 중단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 전날 나왔다는 점에서 진위를 의심받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앞서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금지는 국제 금융시장에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서방 파트너 중 누구도 해당 시설을 점검할 수 없기 때문에 보고된 이번 발표 시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연구단체인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상무는 "폭풍으로 인프라가 폐쇄됐거나 러시아가 인프라를 폐쇄할 경우, 언제 이를 재개방할 것인지는 러시아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2% 이상 오른 배럴당 117달러에 거래되다가, 이후 상승폭이 줄며 115.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송유관은 하루 14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으며, 이는 해상 통로를 통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5%에 달한다. 특히 카자흐스탄 원유 수출량의 3분의2에 달하기 때문에, 카자흐스탄 경제의 주요 동맥으로 통한다.
카스피 송유관 컨소시엄(CPC)은 성명을 통해 최근의 서방 제재를 언급하며 "현재의 시장 상황"으로 인해 손상된 설비 일부를 수리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봤다. 수송량이 3분의2로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밝혔다.
CPC의 최대주주는 러시아 정부(25%)다. 이어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각각 15%, 7%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석유 생산업체인 로스네프트와 셸의 합작회사도 지분 7.5%를 소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셰브론은 상황을 파악 중이며 엑손은 CPC에 문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는 서방의 움직임이 러시아의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보고서를 통해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에 가까워짐에 따라 러시아가 서방으로의 석유 흐름을 차단하는 것을 예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