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정치직설] '신구권력' 충돌 文·尹, 상생 조건 세 가지
2022-03-23 00: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원래 예정되었던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실무 협의를 하는 데 더 시간이 필요했다는 설명만 알려진 정도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주변 정황을 종합해 보면 만나지 못한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윤 당선인 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한다는 내용이고 문 대통령 측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을 동시에 꺼내들 가능성이 거론되었다고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밝힌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거취 결정에 대한 언급이 국민의힘에서 흘러나왔고 민정수석실 폐지에 대해 청와대 쪽에서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양측 간 충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은행 총재 임명을 중심으로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대표의 인사 문제와 관련해 정면 충돌이 일어났다는 배경 설명이 나온다. 이 정도면 훈훈한 관계는커녕 양 진영 간 전쟁 양상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장 역시 권성동 의원이나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강도 높은 발언을 의식한 듯 ‘의원들의 개별적인 발언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며 경고를 보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전통적으로 봤던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의 상생으로 보기 전혀 힘들다. 오히려 대선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서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이 서로 상생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무조건 만나야 한다’. 만남에 조건이 붙고 실무 협의가 전제되면 제대로 만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해진다.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이 만나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이지 협상을 기본으로 하는 만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권성동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을 거론하면서 조건이 따라 붙는 만남의 성격으로 규정돼 버렸다. 그 밖에도 양쪽 감정을 거슬리게 할 만한 발언이 이어졌다. 국민 통합을 목표로 하는 윤 당선인은 지지율 40%대를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일보다 적극적인 협력과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 ‘통합 목표’에 더 이롭다. 무조건 만나야 하는 기본적인 이유다.
법적으로 인사권은 당연히 대통령 손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더 많은 시간을 새 정부와 함께해야 하는 점도 감안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상충하는 점까지 포함한 협력적이고 상호 이해 가능한 인사 지침이 마련된다면 갈등보다 상생이 가능해진다. 자기 진영 중심으로만 고집하지 말고 ‘중간 지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인사를 할 이유도 없어진다.
마지막으로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문 대통령이나 새 정부를 출범해야 하는 윤 당선인도 오롯이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 잘 마무리해야 하는 대통령은 정권 이양을 제대로 도와야 한다. 국민만 바라보면 갈등할 이유가 없어진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 이 또한 마찬가지다. 집무실을 이전하는 문제 또한 현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 모두 상생하는 조건 중의 조건은 국민만 바라보면 해법이 나오게 되고 국민을 위해 상생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