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中 리스크, 고심 깊어진 韓기업들] 여전히 높은 대중의존도...대응책 마련 시급

2022-03-22 15:17

중국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대중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기업들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급변하는 해외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동시에 향후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나섰다.
 
미·중 패권경쟁 가속···국내 산업계 ‘유탄’ 우려
중국 현지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중 가장 큰 문제로 향후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가속화가 꼽히고 있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각종 방법을 동원해 중국의 가파른 경제성장을 저지해왔다. 최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서방 세력과 러시아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동시에 서방과 중국 사이에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처럼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시기에는 기업의 불확실성도 극대화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외교 등 외부 요인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면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며 “국내 정치 이슈가 터져도 대응하기 어려운데 외국 정부가 개입하면 그야말로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과거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에서 기업들이 유탄을 맞은 사례도 있다. 미국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화웨이를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21개국에 걸친 38개 협력사들은 화웨이와 함께 미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또 미국 측 제재 명단에 포함된 기업은 사실상 외부와 금전 거래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향후 미국이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중국 제재에 나설 것에  대비한 ‘출구 전략’은 필수다.
 
4대 핵심 품목 대중 의존도 높아···“공급망 다각화 서둘러야”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중국 쪽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 간 공급망 확보전이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 대중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시장의 ‘블랙 스완’이 실제 위협으로 다가온다면 국내 산업계는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급망 재구축에 나선 4대 핵심 품목인 △대용량 배터리 △반도체 △핵심 금속·소재 △의약품·의약원료품 등에서 한국은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다.

반도체 산업에서 2020년 기준 대중 수입액은 약 179억 달러(약 21조7610억원), 대중 수입의존도는 39.5%에 달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일부 공정을 거친 뒤 웨이퍼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수입 규모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반도체 생산에서도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공장인 중국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 중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배터리, 항생물질, 희토류 등 대중 수입의존도도 각각 93.3%, 52.7%, 52.4%로 나타났다. 배터리 산업 역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상위권에 포진해 있지만 중국 공장 생산분이 국내로 역수입되는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정세를 고려해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다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