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發 전기료 추가 인상 신호 빨간불

2022-03-20 16:00
4월부터 kWh당 6.9원 인상 예고
한전,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변수

한전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를 하루 앞둔 20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에 사용한 전력량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국내 휘발윳값이 요동치는 가운데 전기요금 추가 인상 우려가 나오면서 서민들 물가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2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이미 정해진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에 이어 연료비 조정단가도 들썩이고 있다.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은 ㎾h당 6.9원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1년간 평균 연료비를 반영해 기준연료비를 올해 4월과 10월 2회에 걸쳐 ㎾h당 4.9원씩 총 9.8원을 올리기로 했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2원 올린 ㎾h당 7.3원으로 계산한다.

여기에 연료비 조정요금도 변수다. 한국전력공사는 조만간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 조정요금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발전 연료비 상승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연료비 조정단가를 조정해왔다. 연료비 조정단가에는 분기별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가 반영된다.

연료비 연동제 적용 첫해 정부는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내리고 2·3분기엔 동결을 결정했다. 이후 다시 4분기에 3원을 인상해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1분기에도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했다.

그사이 한전은 6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적자를 봤다. 올해도 한전은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사들이며 적자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한전이 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해 3월 평균 가격(84.22원) 대비 2배에 가까운 ㎾h당 186.92원이다. 

한전은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최대 인상 폭인 직전 분기 대비 ㎾h당 3원씩 올리는 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석유·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만큼 발전 연료비도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당장 원자력발전소 비율을 높이는 것이 어렵고 석탄·가스 등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연료 가격 오름세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도 올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미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이 결정된 상태에서 연료비 조정단가까지 올리면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전기요금 동결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전력시장에는 가격 상승 신호를 줄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은 올라갈 것"이라며 "그간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제도가 겉핥기식으로만 적용돼 갈등만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비자로서는 전기요금 인상 과정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면서 "소비자가 인상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요금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