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고급화 바람…여행경비의 30%는 '숙박비'로 소비

2022-03-16 09:27
코로나19 여파에 위생·안전 중시…펜션보다 호텔 선호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호텔 '그랜드 하얏트 제주' 객실 전경 [사진=기수정 기자]

여행 지출액의 30%는 숙박비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세 장기화, 숙소 고급화 열풍 등이 숙박비 지출 증가 요인이 됐다. 

데이터융복합·비대면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여행 소비자가 이용한 숙소 종류와 숙박비 추이를 비교해 여행숙박 시장 변화를 살폈다.

지난해 국내 여행자 10명 중 3명은 고급호텔을 숙소로 이용했을 정도로 여행숙박 시장 고급화가 가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숙박비는 약 6만9000원으로 늘었고, 전체 여행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이미 펜션을 제치고 여행 숙소 1위가 된 ​호텔은 인기가 급상승했고, 아예 독주체제를 굳혔다. '위생'과 '비대면'이 코로나 시대 여행숙박 시장 판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 2019년 펜션 앞지르고 '대세'로

호텔은 2017년 이용 점유율 17.2%로 펜션(24.5%)보다 뒤처졌었다. 하지만 호캉스 열풍에 힘입어 2019년 처음으로 펜션을 앞질렀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잠시 주춤하면서도 1위 자리를 지켜온 호텔은 지난해에는 29.7%로 전년보다 6.2%P 증가했다. 

코로나 전부터 불기 시작한 호캉스 열풍에 안전과 위생을 중시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코로나 시대 여행 추세가 가세한 데 따른 결과다. 여기에 억제됐던 보복 소비 심리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4성급 이상 호텔 점유율은 16.4%로 전년보다 4.6%P 늘었다. 

캠핑·야영은 점유율(5.8%, 7위)이 높지 않지만 최근 2년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전 점유율 3% 초반에서 지난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해 한적한 자연에서 여가를 즐기는 ‘캠핑족’과 ‘차박족’이 급증하면서 점유율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펜션(19.6%, 2위)의 인기는 한풀 꺾였다. 2017년 점유율 24.5%로 여행객 4명 중 1명이 이용할 정도였으나 해마다 줄어들었고, 2020년 20% 밑으로 떨어진 뒤 2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가족∙친구집(16.1% 3위)은 2017~2019년 17%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20년 코로나 첫해 숙박업소 이용을 꺼리는 풍조에 힘입어 19.5%로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오히려 2017년 이후 최저치인 16.1%로 떨어졌다. 그 밖에 △모텔∙여관(10.2%, 4위) △콘도(7.9%, 5위) △민박·게스트하우스(6.5%, 6위)는 최근 수년간 서서히 하락세를 보였다. 

◆호텔 이용, 숙박비 지출 상승률에 비례

호텔 중심으로 여행 숙박 시장이 고급화하면서 숙박비 지출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여행 중 숙박비로 ‘10만원 이상’을 썼다고 응답한 여행자 비율은 29.6%로 전년(23.4%)보다 6.2%P나 뛰었다. 전년까지만 해도 ‘5만~7만원’이라는 응답자 비율(21.1%)과 비슷했지만, 1년 새 차이를 크게 벌렸다.

특히 숙박지출 상승률은 호텔 이용 증가율과도 비례했다. 호텔 이용 증가가 숙박 지출 상승을 주도하며 긴밀하게 연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7만~10만원 미만’ 응답자도 증가 추세다. 10만원 이상 지출했다고 답한 이까지 더하면 10명 중 4명(38.9%)이 7만원 이상을 하루 숙박비로 지출하는 셈이다. 

1박당 숙박비용은 지난해 6만8900원으로, 전년(6만2000원)보다 6900원 늘었다. 2017년 이후 연간 1000~2000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상승한 액수다. 

전체 여행비에서 차지하는 숙박비 비율도 점점 커져 처음으로 30%에 도달했다. 가장 큰 여행 지출 항목인 식음료비(32%)와의 차이도 좁혀졌다. 다른 지출 비중은 줄이더라도 여행의 큰 즐거움인 식도락과 청결하고 안전한 잠자리를 위한 씀씀이는 늘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한 번 굳어진 취향은 낮추기 어려운 데다 시대와 사회환경의 변화와 맞아떨어져 호텔의 위상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여행시장과 소비지출 변화에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