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인호 VM웨어코리아 사장 "한국도 멀티클라우드 시작"

2022-03-14 08:00
IaaS·PaaS·SaaS 도입·전환 빨라질 전망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모두 지원"
핵심 비즈니스 앱 클라우드 탑승 시작
기존 자체 데이터센터는 포기 못 할 것
"금융서 퍼블릭 클라우드와 경쟁·협력"

전인호 VM웨어코리아 사장 [사진=VM웨어코리아]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공공·기업의 디지털전환에 클라우드 기술이 필수 요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 국민이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과 질병관리청 백신예약시스템을 통해 퍼블릭 클라우드의 위력을 실감했다. 클라우드의 효능에 눈뜬 기업 가운데 규제 대응과 여전한 불안 등의 이유로 기존 데이터센터를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탈바꿈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술 업계 강자인 VM웨어코리아의 수장 역할을 5년 넘게 맡고 있는 전인호 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올해 클라우드 시장 어떻게 전망하나.

"클라우드 전환 흐름이 더 빨라져 사업자들이 큰 호황을 누린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팬데믹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클라우드를 꺼리던 사람들도 문제가 없고 사용하면 이익이 크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국내에 100여곳가량 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가 제때 도달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범용적인 하드웨어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같은 기술이 널리 쓰이는 분위기가 되자 자체 전산시스템 구축 업무의 복잡도가 급등했는데, 그만큼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투입할 리소스는 많아졌다. 오픈소스를 공짜로 인식하는 시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춘 조직·인력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형 인프라(IaaS)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플랫폼(PaaS)으로의 전환이 빨라질 거다."

Q. VM웨어의 핵심 전략은.

"작년에 라구 라구람 VM웨어 최고경영자가 세계 클라우드 시장이 이제 '제3장(Act 3)'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제1장은 서버 가상화 기술이었고, 제2장은 네트워크를 포함한 모든 데이터센터 자원을 가상화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였다. 제3장은 멀티클라우드(multi cloud)다. 멀티클라우드는 핵심 기술 영역인 (항공) 예약시스템을 SaaS 기반으로 먼저 전환하고 나머지 기존 데이터센터 업무를 대부분 아마존웹서비스(AWS) IaaS로 전환한 대한항공처럼 각각의 클라우드를 쓰는 것이다. VM웨어는 고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이런 멀티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클라우드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이미 한국도 멀티클라우드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Q. 하이브리드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온 것 아니었나.

"당초 퍼블릭 클라우드와 자기 데이터센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클라우드 시장이 먼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았다. 마케팅 메시지뿐이었지 그런 기술을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이 없었다. 고객사 내부에도 그렇고 시장 플레이어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흐름 대비해서도 한국은 생각보다 늦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던 엔터프라이즈 규모의 기업이 클라우드를 채택하기 시작해 이제까지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기반 여건이 마련됐다. 엔드유저용 앱을 클라우드에 올리는 일은 일찍부터 있었지만 자체 비즈니스 앱을 클라우드에 올리는 일은 없었는데 이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쿠팡처럼 처음부터 전산실을 두지 않던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앱을 클라우드에 올려 많이 써 왔다."

Q. 여전히 클라우드 확산의 걸림돌이 있다면.

"걸림돌이 있다면 보안이다. 하지만 올해 클라우드 투자가 많아지는 만큼, 그 영향에 따라 보안 영역에도 투자가 많이 일어날 것이다. 클라우드에서 모든 비즈니스의 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은 (갤럭시 스마트폰 소비자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인) '삼성클라우드'를 클라우드에 올렸다. 이처럼 엔터프라이즈는 자체 비즈니스 앱을 클라우드에 가져갈 이유가 없었다. 은행들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는데 꼭 규제 때문만은 아니고, 보안과 관련된 우려 때문이 크다. 은행이 최근 클라우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금융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올리기 위해서지, 핵심 금융업무 서비스 대부분은 여전히 자체 데이터센터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된 규제가 풀리더라도 불안감이 큰 탓이다. 앞으로도 클라우드와 보안은 계속 핫 키워드가 될 수밖에 없다."

Q. 정부가 2025년까지 모든 행정·공공 전산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VM웨어의 입지가 위축되지 않겠나.

"솔직히 굉장히 집중해야 하는 시장인데, 우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잘 하고 있느냐는 물음은 아픈 부분이다. 보안규제를 만들어 놓았으면 민간 기업이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우리나라(정부) 입장이다. 다국적 기업들에 인증 취득이나 소스코드 공개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많지만 우리는 국내 기업과 협력하려고 노력한다. KT나 네이버(클라우드) 등을 통해서 접근하고 있다. 또 글로벌 벤더로서 공공시장에서 여러 클라우드 관련 규제에도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기존 공공부문 고객이 프라이빗클라우드 구축하면서 우리 기술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클라우드 전환 기술의) 선택권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역할을 우리가 포기할 수 없고 우리 파트너사와 고객들에게 어떤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본다."

Q. 금융권에도 퍼블릭 클라우드 바람이 불던데.

"두 가지를 짚자면, 모든 금융사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고, 특수한 내부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이 데이터센터를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금융 서비스는 자체 데이터센터 위에서 돌아가고, 핀테크와 관련된 신흥 시장에 대응하는 일부 서비스만 그 밖에서 운영된다. 자체 데이터센터로는 핀테크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기민성이 떨어지는 등 굉장히 불리하니까.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금융권에서 큰돈을 벌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자체 데이터센터 기술로 해결해야 할 게 많기 때문에, VM웨어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VM웨어가 금융권에서 강한 이유는 단지 가상화 때문만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보안에 대한 요구사항을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해서다."

Q.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경쟁에 자신이 있나.

"금융 분야만큼은 한국에서도 VM웨어가 강하다. 대다수 금융사에는 브랜치(지점)가 있는데 그에 맞는 모든 네트워크 기술을 갖추고 있다. 또 금융이 핀테크 스타트업과 경쟁하면서 디지털 영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핵심 인프라로 네트워크 가상화, 보안, 소프트웨어 정의 광역망(SD-WAN) 등이 꼽히는데, 역시 VM웨어가 모두 갖고 있다. 단 여기서는 네이버나 KT와 경쟁만 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협력한다. 고객에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필요한 대표적인 시장이 금융이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하이브리드클라우드 대표 사례가 먼저 나올 것 같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례는 이커머스 영역에서 이미 이베이 같은 곳이 도입해 쓰고 있다. 또 금융사 가운데 한 곳도 가상데스크톱환경(VDI)과 같은 인프라를 운영하면서 하이브리드클라우드를 쓰고 있다."
 

전인호 VM웨어코리아 사장 [사진=VM웨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