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 한·미 간보는 북한…국제사회 대응은 기대 이하

2022-03-09 08:00

지난달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 기간에 잠잠했던 북한이 최근 다시 무력 도발을 일삼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일 오전 8시 48분께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쏘아 올렸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270㎞, 고도는 약 560㎞로 탐지됐다.

일주일 새 두 번째 미사일 발사였다. 이미 올해 들어 1월에만 7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자 더욱 관심을 유발하는 듯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정세가 혼란한 틈을 노린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곧장 북한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을 알고 한 도발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에 요구해 온 비핵화 노력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영변 등지에서 핵 활동을 지속한 징후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크라이나처럼 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북한, 올해 9차례 미사일 발사···새 정부 부담 커져
 

지난 2월 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27일에 이어 이달 5일에도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이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5일 정찰위성개발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험을 통해 국가우주개발국은 위성자료 송수신 및 조종 지령체계와 여러가지 지상 위성 관제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강조했다.

직전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내보인 반응과 유사하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한 뒤 '정찰위성 개발용'이라고 주장했다. 정찰위성에 탑재할 정찰카메라 성능을 점검하기 위한 시험이었다는 것이다. 관련 사진도 미사일 발사체 대신 저궤도에서 찍은 지구 사진만 공개했다.

이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과 우려가 나온다. 북한 주장대로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려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야 하는데, 장거리 로켓은 탄두부의 재진입체만 교체하면 ICBM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시험발사로 향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수위를 조절하고자 대외적으로 개발 목적만 바꿔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계기로 도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9일 결전을 날을 맞은 대선 후보들의 부담은 커졌다. 새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북한의 행위를 규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계승하겠다는 쪽이라면, 윤 후보는 '힘을 통한 평화 구축'에 가깝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정세까지 맞물려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가운데 최근 5년 중 최악이었던 2017년 한반도 상황만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화 의지·유감 표명 반복···국제사회 대북 조치 미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대화와 협력의 길을 선택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통일부는 앞서 미사일 발사 동향과 관련해 차관 주재 회의를 개최하고 "매우 엄중한 시기에 미사일 발사와 같은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노력에 역행하는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유선 협의도 이어졌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5일 통화에서 북한이 국제사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반복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규탄했다.

또 한·미 간 빈틈없는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지 않도록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반복되는 '유감' 표명과 '공조 강화' 다짐 속 국제사회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올해에만 긴급회의를 5번 소집했다. 지난 1월 10일과 20일, 2월 4일과 28일에 이어 이달 7일 비공개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 차원의 언론 성명은 내지 못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11개국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불안정 행위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안보리는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도 여기 합류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안보리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그 신뢰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앞선 세 차례 회의에서는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 및 그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며 대북 규탄 공동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대북 규탄에도 함께했다.

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지난달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대북 관여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검토 중이라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쳐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 또 실현되기 위해선 북한도 제안에 동의해야 하는데 이또한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