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커진 NFT 시장, 사업 전 살필 법적 쟁점은?

2022-03-06 13:39
NFT 거래 플랫폼서도 저작권 이용·허락 중요

[사진=연합뉴스 ]

# 명품을 좋아하는 A씨는 요즘 대체불가능토큰(NFT) 구매에 빠져 있다. 명품을 사기엔 돈이 없는 A씨는 가상세계에서라도 소유하고 싶어 에르메스 버킨백의 NFT 컬렉션인 '메타 버킨스'를 구매했다. 어느 날 얼마 전 산 NFT가 법적 분쟁에 휘말린 사실을 알게 됐다. 에르메스가 버킨백 NFT 제작자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금융시장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NFT가 주목받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펀드까지 출시되며 시장은 외연을 확장해 가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 등 법적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자들이 발행할 NFT에 대한 증권성 여부와 원저작권자의 사용 동의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NFT는 '희소성'이 높은 그림·음악·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결합돼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자산을 NFT로 만들어 가격을 매기고, 복제 불가능한 원작을 구매한 사람이 고유하게 지닐 수 있게 된다. 이에 네이버나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와 게임사, 엔터테인먼트사 등이 NFT 사업에 나섰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쉽게 말해 가상세계에서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자산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가상자산이다. NFT 소유권이나 판매 이력 등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NFT 원데이터에 대한 저작자 동의 필요"
법조계는 NFT 사업자들이 원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사용 동의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르메스는 지난 1월 NFT로 디지털 아트를 제작하는 미국 예술가 메이슨 로스차일드가 에르메스 상표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며 미국 뉴욕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에르메스 '트레이드 마크'인 버킨에 접두사 '메타(meta)'를 붙여 브랜드를 도용했다는 취지다. 

박종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저작물을 NFT로 발행하는 '민팅(minting)' 단계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는 "사진이나 음원 등 저작권자에게 승낙이나 동의를 받아 '민팅'을 해야 한다"며 "원저작권자 동의가 없다면 막상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 시(Open sea)'에서도 문제가 돼 추후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팅'은 저작물을 NFT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오프라인 저작물을 컴퓨터 파일화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소지를 살펴봐야 한다. 다만 작품 마다 소유권자라도 저작권자는 아닐 수 있다. 유명 미술품이나 건축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저작물 등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임형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민팅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며 "유명한 사람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높아진 터라 부정경쟁행위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타인의 초상을 사용하면 '부정경쟁행위'로 간주된다. 해당 행위 금지 청구와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다. 
 
발행하고자 하는 NFT, 수집 목적? 투자 목적? 
NFT 사업에 앞서 사업자가 발행하고자 하는 NFT가 수집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1개 또는 각기 다른 소량의 NFT 발행은 '증권성'에 해당되지 않지만, 다량의 NFT 발행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상품(증권)에 해당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김익현 변호사(법무법인 율촌·연수원 36기)는 "조각 투자(고가 상품을 지분을 잘게 쪼개 여럿이 투자하는 방법)에 해당되면 금융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분인지,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가상자산에 해당되는 부분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유형은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 등이다. 김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 정의 등도 따져야 할 것"이라며 "종래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해당성 여부가 정리돼 가고 있지만 NFT는 같은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대체불가능토큰(NFT)의 특성 및 규제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고 "다른 국가들도 NFT를 가상자산으로 직접 지정한 사례가 거의 없어 우리도 이를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