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칼럼]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한중수교 30주년'
2022-02-24 09:23
그러나 사회주의 중화인민공화국의 표현예술 흐름은 항일전쟁, ‘국공 내전(국민당과 공산당의 전쟁)’, ‘한국전쟁(항미원조)’이라는 기조에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해 가는 사회의 변화상을 전통과 현재의 융합으로의 홍보에 더 중점을 둔다.
이러한 중국의 사고에서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주변국가나 세계의 여러 국가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인의 관습에서 나오는 일로 의도적일 수도 있고 무의식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금년이 ‘한중수교 30주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세심하지 못한 중화주의는 한국의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중국이 1992년 중국과 수교한 국가가 한국 한 국가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는 현대 국제정치에서 평등한 관계를 고려하지 못하는 중국의 대국관이 문제일 것이다. 오랜 역사적 관계와 중국 개혁개방 이후 현재까지의 한중관계에서 중국의 섬세하지 못한 행위는 한중관계나 중국의 대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여러 지역을 둘러보면,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의 행사에서 민간의 행사에 이르기까지 중화민족의 다양하고 웅대한 문화를 드러내 중화민족의 자부심을 높이려는 것은 중국인들의 삶과 사회철학으로 보인다.
과거 중원(中原)의 혼란으로 타이완으로 이전한 중국인들도 푸젠성(복건성) 문화와 동서양 해양문화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타이완에서 중화 문화의 특징을 이어왔다는 것도 중화민족 내부의 자랑이겠지만, 이들이 아직도 서로 정통성을 갖고 대립하는 것을 보면 ‘중화 패권관’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 본토에서 1949년 타이완으로 이전한 장제스(장개석)도 타이완에 유교(양명학)를 중심으로 도시와 농촌의 지명과 길이름도 바꾸고, 타이베이 중심 ‘초산(草山)’도 양명산(陽明山)으로 개명하였다. 그리고 과거 시내 국제공항인 쑹산(松山)공항 바로 옆 ‘원산대반점’에서 외빈을 응접하였고, 중국식 건축물로 웅장하게 지은 고궁박물관에 중국에서 가져온 중화 문물을 전시하며 중화 문화의 우수함을 내보이며 그 정통성을 강조해 왔다.
간단히 말해, 한국과 타이완 관계에서도 중화민족은 형제의 관계에서 형의 위치에 있고 싶어 했다. 이러한 관념에서 우리가 평등이란 것을 배우게 된 것은 우리 조상들의 자주 사상과 서구에서 들어온 평등사상이 아니었나 한다. 한국의 독립문과 민주주의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중국 대륙의 역사적 수도인 카이펑(개봉), 뤄양(낙양), 항저우(항주), 난징(남경), 시안(서안) 그리고 오랜 고도 베이징만 보아도 그들의 전통적인 웅대한 자부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로 태어난 1949년 이전까지 중국 대륙에서 중화민국이 있던 시기 국민당이 거주하던 상하이(상해), 난징(남경)에서 동북지역과 중국 남단의 광둥성(광동성)과 하이난다오(해남도)에도 당시 국민정부 시대 건축인 ‘민국시대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여 건설한 건축물은 창춘(장춘), 따리엔(대련), 타이베이 등지에서는 일본의 개화를 알리는 제국주의의 건축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에는 구소련(러시아)과 관계에서 건설된 러시아 외형과 중국식 내부 구조의 건축물을 하얼빈과 러시아와 교류하던 중국 주요 도시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개혁개방 정책으로 대도시가 만들어지면서 건설된 그 많은 서양과 같은 빌딩 속에서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의 습관과 생활방식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중국은 고대에서 근현대 그리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는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어떠한 일을 하든지 그 내용과 격식을 중시하여, 웅장한 시작과 웅장한 마무리로 대동단결을 강조한다. 그들의 우수함을 드러내는 행사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과 세계가 동등하게 같이 간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형식을 좋아하고 내용을 채우다 보니 자신이 너무 강조되는 것은 아닌가?
전통적으로 중국인은 전쟁을 함에 있어서도 공연팀과 의례를 담당하는 인사와 훌륭한 요리사를 대동하며 중화민족의 전통을 지켜왔는데, 이러한 중국의 전통은 전쟁하러 나가고 들어오는 길도 풍수지리를 따져 ‘더성먼(得勝門, 승리의 문)’을 반드시 통해야 하는 전통도 유지해 왔다. 이번 북경 올림픽 행사도 중국인들에게 보이는 ‘더성먼’을 통과하는 행사는 아닌가 한다. 중국인들에게 있어 세계는 중국이고 중국이 세계가 된다는 중국의 ‘천하’. ‘중원’ 개념은 이번 올림픽에도 잘 묻어나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중국인들의 사고, 생활방식, 습관과 그들의 언어와 행동을 보면 이들은 비슷한 리듬을 갖고 움직이는데, 여럿이 어울려 같이 하나를 만들며 이를 중화 문화로 통합하려는 모습이 강하다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중국의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이들은 나를 중화 문화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며 하나로 만들기 위해 “이 사람도 우리와 같은 문화 속의 사람이다”라는 소개로 나를 그들 생활권으로 끌어들인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중국인의 사위로 중국 방송 매체에서 자주 나오는 사람이라 소개하며, 나에게 인사하라 하고 같이 둘러앉아 차와 술 그리고 음식을 즐긴다.
이러한 것이 중국인들의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대화는 대부분이 중국과 세계, 가족과 생활 그리고 어떻게 부유해지고 어떻게 유명해지며 살아가나의 얘기가 우선이기에, 이들의 얘기 속에서 나는 점점 이탈되는 변방인이 되어 간다. 아무리 오랜 기간 중국에서 중국인들과 같이 살아와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더욱더 확인하게 되는 과정이다.
혹시,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중국에서 중국인처럼 살기만 원한다면 모르지만, 거리의 인접으로 중국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하고 한국인들이 중국에서도 한국인의 거리와 주거지를 만들어가는 것은 역시 한국과 중국은 유사한 점이 많지만 다른 면도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면에서 중국인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와 전통이 유사한 점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이웃 한국과 한국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폐막식을 모두 보고 온, 나와 같이 중국에 여러 차례 영상을 찍으며 다녔던 영상감독의 말에 의하면,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초기 한중간 마찰이 되었던 ‘한복’ 문제나 판정 시비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원만하고 훌륭하게 잘 치러졌다고 한다. 이들이 중국 주민의 입장이 아닌 외국인의 입장으로 조금 좋은 대우를 받아서 그런 점도 있었겠지만, 중화민족의 의전과 행사 능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교류하며 살아오고 있다. 비록 반목과 대립은 있었지만, 아직도 양국은 꾸준하게 교류하면서 각종 마찰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양국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그 과정과 방법의 차이로 서로 단절의 시기도 있었지만, 쌍방의 필요에 따라 30년 전 수교한 역사적 쾌거에 한국과 중국은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도 성숙한 세계시민의 입장에서 중국이 잘하는 것은 “잘했다”라고 마음으로 칭찬해 주는 미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필요한 얘기를 하며, 불필요한 문제는 현안 해결을 하는 부서 담당자들의 모임을 통해 꾸준하게 해결해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한다. 그리고 중국은 내가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도 소중한 것이란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좋은 사람이 모이면 ‘건배’를 외치며 서로의 우정을 다져간다. 또, 중국인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모두 포용하고 싶을 때 모든 것을 술에 담에 마시자는 말로 ‘도우짜이지오리(都在酒里, 술에 담아 마시며 서로 마음으로 통하자)’는 말을 한다.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로 마음에 건배를 외치며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잘 지냈으면 한다. 그리고 빨리 이 고통스러운 ‘코로나 19’ 시국을 이겨내, 빨리 오래된 좋은 중국 친구들을 만나 찻잔과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그동안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필자 주요 이력
△단국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홍콩 주해대학 중국문사연구소 석사 △북경대학 국제관계학원 박사 △ 아주일보 논설위원 △홍콩 《아주주간》 특약기자 △홍콩 ‘봉황TV’ 평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