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정치직설] 李·尹의 '가스라이팅' TV토론…비호감만 더 커졌다

2022-02-22 17:01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사진=인사이트케이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1차 TV토론이 끝났다. 전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치열한 토론이었다.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이에 거의 살기가 감지될 정도의 토론이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비리와 논란의 후보’로 몰아붙였고 윤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쉽게 말 바꾸는 후보’ 이미지로 인식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사실상 결렬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 후보를 정조준해 여러 현안 질문을 던졌고 윤 후보가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 불편하거나 속 터진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전의 TV토론과 마찬가지로 다른 후보들의 빈틈과 허점을 노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한마디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비는 TV토론이었다.

선관위 주최 1차 TV토론이 특히 치열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대선 판세다. 최근 발표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윤 후보가 오차 범위 안팎으로 앞서가는 추세다. 대체로 윤 후보의 우세 이유를 두 가지로 진단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논의가 지속되면서 정권 교체 여론이 더 부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하나는 코로나 영향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재택 확진자 관리나 자가 진단 키트 공급이 마스크 대란 당시처럼 원활하지 못하자 국민 불만이 높아진 배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 방역에 따른 피해가 확산되는 수도권, 50대, 자영업층 중심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 후보가 뒤지고 있는 판세에서 선거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TV토론으로 인식되고 있어 경쟁 후보에 대한 공격이 더 거세진 이유로 이해된다. 물론 경제 주제에 대한 밀도 높은 내용이 담긴 토론이었다.

TV 토론의 첫째 주제는 ‘코로나 시대의 경제 개혁’이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층 손실 보상에 대해 이 후보는 ‘그릇의 크기를 따질 것이 아니라 시급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윤 후보는 ‘더 많은 50조원 규모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의 비협조로 불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추경 예산으로 땜질 처방을 할 것이 아니라 ‘특별회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심 후보는 헌법에서 정하는 국민의 손실 보상 청구 권리를 강화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납품단가 물가연동제’ 방안을 제안했다.

둘째 주제는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었다. 이 후보는 불공정 완화와 성장을 제시했고 윤 후보는 디지털 데이터 경제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심 후보는 불평등 해소와 녹색 전환을, 안 후보는 산업구조개혁을 주장했다. 후보들의 경제 정책 방향이 얼마나 예산이 수반되고 현실가능성이 있는지 검증되어야 하지만 모두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선관위 1차 TV토론은 정책에 대한 변별력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사이의 거친 언쟁이 더 유권자들에게 각인된다. 윤 후보는 이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와 과잉의전 의혹을 공격했고 이 후보는 윤 후보와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는 태도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까지 언급해 공세를 펼쳤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이 후보는 토론 중 녹취록 내용을 담은 패널을 꺼내들며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윤 후보 사이의 유착 관계를 조명했고 윤 후보는 녹취록 말미에 ‘이재명 게이트’란 발언이 나온다고 맞받아쳤다. 두 후보자는 불가피한 공방이지만 마치 ‘가스라이팅’ 대전을 방불케 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현실 감각, 상황 등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의미하며 일종의 감정 폭력을 말한다.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상대방의 의혹을 더 믿도록 하는 전략이겠지만 오히려 후보자에 대한 비호감이 더 높아진 네거티브 TV토론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 후보 사이의 ‘가스라이팅’ 대전이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졸업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한길리서치 팀장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