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전범·인신매매범까지... 크레디트 스위스 비밀고객 3만명 유출

2022-02-21 10:47
글로벌 46개 언론 공동 탐사보도
비밀계좌 운용자금 120조원 넘어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본사[사진=크레디트 스위스]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연 고객 3만명의 명단이 드러났다. 독재자의 아들, 전쟁 범죄인(전범), 인신매매범 등의 범죄자부터 각국의 장관과 정보기관장, 정치인들이 포함됐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프랑스 르몽드 등 해외 언론 46개사가 참여한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는 내부 고발자가 유출한 자료를 분석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비밀계좌는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1만8000여개가 개설됐고, 운용되는 자금은 1000억 달러(약 120조원) 이상이었다. 

이 계좌를 이용한 비밀고객은 3만여명에 달했다. 비밀고객 중엔 인신매매범과 전범 같은 범죄자가 포함됐고, 각국의 장관과 정보기관장, 종교인, 정치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베네수엘라 관리와 이집트 독재자인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아들이 포함됐다. 국적은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남아메리카가 많았다.
 
OCCRP는 범죄자들이 규제를 우회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폭로한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내부 고발자는 “크레디트 스위스가 금융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핑계로 탈세에 협력하는 건 수치스러운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은 부패를 조장하고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세수를 줄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크레디트 스위스 측은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라며 “제시된 문제는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전 일이다. 전체의 60%가 2015년 이전에 폐쇄되는 등 전체의 90%가 이미 폐쇄됐다”고 밝혔다.

한편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 10년 간 고객이 부당하게 얻은 자금을 세탁하거나 자산을 과세로부터 보호하고, 부패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크레디트 스위스는 2014년에 미국인들의 세금 허위 신고를 도운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과 배상금으로 26억 달러(약 3조1000억원)를 지불했다. 지난해엔 모잠비크에서 뇌물 수수 거래에 연루된 대가로 4억7500만 달러(약 5600억원)를 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