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실리콘밸리' 갈증 3가지는...태평양 판교오피스의 '전략'

2022-02-17 15:26

법무법인(유) 태평양 정의종 대표변호사(왼쪽), 민인기 변호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해 국내 로펌 2위에 해당하는 매출액 3857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법무법인 태평양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드림팀이 있다. 태평양 판교오피스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다소 경직된 서초동 사람들보다는 자유분방한 표정으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참여했다.

판교는 카카오, 네이버, 크래프톤, NC소프트 등 국내 굴지의 IT 기업들이 상주하며 이른바 'K-실리콘밸리'라고 불린다. 이곳에서는 기업법무, 금융, IT, 지적재산권, 공정거래, 최근에는 심지어 노동 문제까지 활발한 법률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

"정말 패키지다(웃음). M&A, 공정거래, 조세, 기업공개(IPO)뿐만 아니라 최근 2~3년 새 젊은 테크 기업들이 커지고 채용인원들도 많아지다 보니 노동 법률 수요도 급증했다." 2018년 판교 오피스 창립 멤버 민인기 태평양 변호사의 말이다.
 
태평양 판교 오피스 드림팀의 면면은
1991년부터 줄곧 태평양에 있으면서 금융과 기업자문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정의종 대표변호사는 한·미 FTA 체결을 앞두고 유리한 협상안을 이끌어내고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돕는 등 대한민국 금융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법무법인(유) 태평양 정의종 대표변호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적재산권(IP) 전문 민인기 변호사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매각을 자문했다. 최근에는 빅히트의 콘텐츠 해외 판매 인허가 및 IPO 컨설팅을 하고 있다.
 
판교 기업의 3가지 갈증...인수·합병, 규제 대응, 크로스보더 딜
이들은 판교에서 크게 3가지의 법률 컨설팅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수합병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국내외 유망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에 적극적인데, 이때 판교 로펌이 법률자문을 맡는 일이 잦다. 정 변호사는 "판교 기업들은 몸집 키우기나 부족한 비즈니스 영역을 보완하기 위한 M&A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바이오, 게임, 콘텐츠 등 다른 분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민 변호사는 "게임, 바이오, 콘텐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현지의 회사들을 M&A해 인수한다든지 아니면 현지 거점을 구축하고 법인 설립하고 활동하는 수요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이나 빅테크 기업들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부는 이들에 대한 규제나 불공정행위 감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변호사는 "판교 기업들의 특성 중 하나가 규제 산업"이라며 "규제에 대한 적절한 법률대응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이 규제가 불합리하다'라는 것을 입법하는 것들을 설득하는 수요도 항상 있다"고 말했다.

판교 기업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국내를 넘어 크로스보더 딜(국경간 거래)와 같은 복잡한 이슈들에 제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법률 서비스에도 갈증을 느껴왔다. 민 변호사는 "해외 현지 오피스와 판교 오피스 전문가들이 협력해 일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규모가 큰 크로스보더 딜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태평양은 배달의민족·요기요, 이베이코리아, 잡코리아 M&A 자문과 야놀자 투자유치 법률자문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판교 오피스, 제2의 도약 위한 전초기지

법무법인(유) 태평양 민인기 변호사(왼쪽), 정의종 대표변호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판교 오피스의 대표 장점은 성장하는 혁신기업들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민 변호사는 "쉽게 만나고 자주 만나다보면 확실히 산업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자유롭게 지내다 보면 '아, 우리 기업이 이런 게 문제가 있는데'라며 소소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법률 자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정 변호사는 "판교오피스가 '제2의 도약' 위한 전초기지가 돼 국내 로펌의 글로벌화로 커지고 있는 해외자문 시장과 M&A 활성화, IP 분야 투자 등을 통해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뒷받침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