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국지] 인수합병 덩치불리기 ‘공룡 게임’이 시작됐다
2021-09-13 05:00
비메모리 삼성·인텔, M&A로 파운드리 1위 TSMC 추격
낸드플래시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협상, 1위 삼성 협공
낸드플래시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협상, 1위 삼성 협공
바야흐로 ‘반도체 삼국지’ 시대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 1위인 삼성전자의 입지는 여전하지만, D램 부문과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2·3위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현재 2위인 삼성전자도 숨 가쁜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의 압도적 점유율을 의식, 최근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인수·합병(M&A)을 통해 3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다.
인텔은 반도체의 설계·제작·판매까지 모든 생산 과정을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s)로서 사실상 삼성전자의 유일한 경쟁사다. 올해 인텔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취임하면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며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들어 경쟁이 가장 뚜렷한 부문은 파운드리 시장이다. 인텔이 올 2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4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은 요동치는 상황이다. 만약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TSMC와 삼성전자 중심의 양강 체제가 흔들리고 3강 체제로 재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합종연횡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반도체) 시장의 경우,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와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 기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위인 웨스턴디지털(14.7%)과 2위인 키옥시아(18.7%)의 M&A가 성사되면, 현재 독보적인 1위인 삼성전자(33.5%)를 위협하는 2강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시장 4위인 SK하이닉스(12.3%)는 자연스럽게 3위가 된다.
이미 D램(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반도체) 시장에서는 3강 체제가 뚜렷하다. 트렌드포스 집계 결과 지난 2분기 기준 압도적 1위는 삼성전자(43.6%)이며, 2위는 SK하이닉스(27.9%)다. 3위는 미국 마이크론(22.6%)이다. 2010년대 초반 대만과 일본 업체들의 몰락 이후 D램 시장의 3강 체제가 공고해졌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다만 최근 마이크론이 빠른 기술 개발을 추진, SK를 바짝 뒤쫓고 있어 2~3위 간 순위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