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올해 금리상승 호재... 마이데이터·디지털전환 대비해야"

2022-02-18 11:52
금융연 '2022년 은행산업 전망 및 주요 경영과제'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대비한 경영전략 필요
금융환경 변화 대비 BM 재정비, 수익원 발굴 나서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주요 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금여력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종료가 예상되고, 금융업계에 디지털 기술 접목이 빨라지면서 이에 대비한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2년 은행산업 전망 및 주요 경영과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은행의 자산성장세는 둔화되나, 시중금리 상승에 힘입어 자금여력과 수익성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주요 은행은 대출 자산의 증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 비은행 계열사들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당기순이익이 4조원을 넘어섰고, 하나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는 순이익이 각각 3조원, 2조원을 돌파했다. 주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총자본 대비 당기순이익(ROE) 등 수익성 지표들도 개선됐다.
 
올해는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정한 2022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는 4~5%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3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 결과에 따라 은행들이 위기관리를 강화하면 대출증가 여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은행의 자금여력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은 늘어나나, 대출은 충분히 늘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은행의 유동성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예대율을 관리하고, 조달금리 상승에 대비하려는 노력은 이 같은 흐름에 일조할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또한 연구원은 이자이익 증가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이는 인적, 물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증가하는 판관비도 상쇄할 전망이다. 실제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9월 말까지 국내 은행의 임직원 수는 2305명 줄었고, 점포수는 275개가 폐쇄됐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영향이다.
 
연구원은 “대규모 명예퇴직 등 구조적 변화가 이어지면 일시적으로 판관비가 증가할 것이지만 이자이익 증대분으로 대부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국내 은행이 올해 경영에 중점적으로 반영해야 할 과제에 대해 △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하락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및 디지털전환 가속화 △비즈니스 모델의 고도화 및 신규 수익원 발굴 △지속가능경영의 강화 등을 제시했다.
 
먼저 시중금리 인상, 코로나 팬데믹 금융지원 종료로 인해 부실위험이 증대되지 않도록 시나리오별 경영전략을 짜고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올해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5%,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이는 모두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물가 급등세에 오는 7월까지 금리 100bp(1%포인트)를 추가로 올리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은행의 단기 수익성 증대요인이 될 수 있으나, 대출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에겐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금리 상승과 시중 유동성 축소가 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자산가격 하락도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신용팽창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졌다. 올해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격이 조정되면, 부동산 부문으로 흘러가는 자금에 대해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당부했다.
 
디지털전환도 올해 국내 은행에 요구되는 사안 중 하나다. 특히 마이데이터 제도 시행으로 사업자와 정보제공 기관끼리 데이터 제공이 의무화되면서 은행산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은행과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과 비은행, 은행과 비금융 플랫폼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사들이 가진 인프라를 비금융사와 공유하는 논의도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같이 지난 몇 년간 급부상한 디지털 자산 시장에도 국내 은행이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원은 “은행이 보유한 IT 자원을 외부와 일정 부분 공유하거나 비금융사업에 은행서비스를 직접 탑재하려는 노력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통해 은행은 비용을 절감하거나 고객접점을 확대할 수 있고, 은행 인프라를 이용하는 사업자는 기존 서비스에 더해 맞춤형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자산관리 분야, 기업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올해 은행의 역할로 거론됐다. 금융소비자 보호의 경우,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상품 판매업자와 자문업자 영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관련 분쟁, 소송 부담이 늘지 않도록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영업점 감소, 비대면 상담 증가로 금소법 위반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져 주의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당부했다.

연구원은 "2022년에는 정치 일정이 연이어 있고 코로나19의 피해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회적인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도 높다"며 "은행은 금융시스템, 금융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연구원은 “올해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전례 없이 불안정하다"며 "디지털혁명은 소매금융의 위기를 몰고왔는데, 이는 은행산업이 겪는 격랑의 깊이를 보여준다. 생존의 해법은 은행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