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무선통신] e심 도입 앞뒀지만…활성화는 첩첩산중

2022-02-15 00:25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e심 지원 안해...소비자 인식도 부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9월 국내에서 e심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1일부터 e심(embedded SIM) 상용화를 본격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유심(USIM)은 손톱만 한 칩을 단말기에 끼워서 사용하지만 e심은 이름 그대로 심이 단말기에 내장(embedded)된 형태다. 제조 단계에서 단말기에 탑재한다. 

주요 제조사 스마트폰 중 최초로 e심이 탑재된 단말기는 구글이 지난 2017년 출시한 픽셀2 시리즈다. 뒤를 이어 애플은 지난 2018년 선보인 아이폰XS 시리즈부터 e심을 탑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포의 파인드X3프로, 화웨이의 P40, 모토롤라의 레이저5G폴더블 등이 e심을 지원하는 주요 스마트폰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7개 제조사(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구글, 모토롤라, 소니, 오포)가 e심을 내장한 스마트폰 57종을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 중 47%가 e심을 내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부터 해외판 갤럭시S, 갤럭시Z 등 플래그십 모델에 e심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반기에 출시하는 플래그십 단말기부터 e심을 내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그러나 9월부터 e심을 상용화하더라도 초기 확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심처럼 별도 삽입이 불가능하고, 단말기에 처음부터 내장돼 있어야 하는 만큼 구형 단말기 이용자는 기기를 새로 구입해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아이폰 이용자는 아이폰XS 이상 모델을 사용한다면 곧바로 e심을 사용할 수 있으나, 갤럭시 시리즈는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모델부터 e심을 사용할 수 있다. 

고가 단말기에서만 e심을 지원하는 문제도 있다. e심 내장 비용 때문에 e심 지원 모델을 판매하는 제조사들도 대개 플래그십 모델에만 e심을 내장한다. 중저가 보급형 모델 중에는 e심이 빠진 것이 많다. 

제조사들이 e심을 내장한 단말기를 신규 출시하는 데도 소극적이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 아직 e심이 보편화하지 않았다. 중국 통신사들은 e심 요금제를 스마트 워치용으로만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켄 하이어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이사는 "(e심 단말기 출시가 제한적인)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서 e심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공급업체가 이 기술을 지원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e심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확산에 최대 장벽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6%만이 e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어스 SA 이사는 "많은 스마트폰에는 e심 기술이 도입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소비자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e심이 본격 상용화되더라도 단말기가 부족하고 인식이 미흡해 일부 아이폰 이용자들의 전유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GSMA는 "세계 통신 사업자 중 90%가 오는 2025년까지 e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인식을 높이고 혜택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