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연 100억 출연금 올해부터 중단"…금감원 반발기류

2022-02-04 13:51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한국은행 본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에 매년 납부하던 100억원대 출연금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은의 출연 중단으로 일선 금융회사들의 부담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감원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은은 작년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감원에 대한 100억원의 출연금을 올해부터 내지 않는 것으로 의결했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 2020년 12월 '2021년도 예산'을 확정하면서 올해부터 금감원에 대한 100억원의 출연금을 중단하기로 의결했고, 이번에 다시 이를 확정한 것이다.

한은은 1999년부터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예산을 출연금으로 내왔다. 금감원 출범 첫 해인 1999년에 413억원을 출연했으며 2006년부터는 이 규모가 100억원으로 유지돼 왔다.

한은의 이번 출연금 중단 결정은 금감원 예산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기능 수행에 소요되는 비용인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피감기관인 금융기관이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수익 증가로 금융기관 분담금만으로 자체 경비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출연금 지원 동기가 충분히 달성됐다고 보고 있다. 

한은의 출연금이 금감원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31.2%에서 2005년에는 8.3%로, 최근 5년간은 2.7~2.8% 수준으로 줄었다. 한은 측은 "최근 금감원 결산 내역을 보면 수지차익(총수입-총지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그 차익을 한은을 제외한 감독분담금 및 발행부담금 납부 기관에 반납하고 있다"면서 "한은의 출연금은 발권력에 기초한 것이므로 긴급하거나 상당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최소한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감원은 한은과 금융당국이 공동검사와 정보 공유 등에 대해 경비를 분담할 필요가 있고 금융사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출연금 중단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은의 출연 중단 시 금융회사 490여곳이 1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해 각 사의 감독분담금이 평균 2024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