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작업중 숨진 굴양식장 직원…법원 "업무상 재해"
2022-01-30 13:16
굴 양식업체에서 근무하다 급성 뇌출혈로 숨진 근로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지급 소송에서 승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노동자 A씨의 아들이 "유족 근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굴 양식업체에서 근무하며 양식장 관리와 굴 채취 업무 등을 담당한 A씨는 2018년 9월 근무지에서 호이스트(가벼운 물건을 들어 옮기는 기중기) 제작 작업을 하다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지만 급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시간과 업무량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업무적 사유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의 재심도 기각되자 유족은 소송에 나섰다.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에는 근로 시간이 중요한 만큼, 소송에서는 A씨의 평소 업무 시간을 두고 유족과 사업주 사이의 입장이 엇갈렸다.
유족은 A씨가 호이스트 설치 공사를 했는데 업무강도가 높고 고온의 날씨에 작업했기 때문에 급성 뇌출혈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고됐고, 사인인 급성 뇌출혈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이스트 제작 작업은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인데, 고인 사망 전 한 달간 통영 지역 최고 기온이 30℃를 넘는 날이 19일에 이르러 체력 소모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는 무게가 13∼14t에 달하는 호이스트 제작을 담당하며 안전 장비 없이 고층에서 작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호이스트 공사 일정이 당시 태풍으로 다소 지연됐는데, 굴 입판 시기 이전에 제작이 종료돼야 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고인은 호이스트 제작 책임자로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또 "고인에게 평소 지병이 있었다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고 인정할 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