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교육 민주화' 위해 국가·기업이 나서여 할 때다 i

2022-01-28 06:05
대선특집 '일곱(7)곶감 무지개' 시리즈 6
인재양성 새 판짜기 – '5무'(無)의 나라로

[김택환 교수]


대한민국에서는 입신양면(立身楊名), 즉 출세를 결정하는 대학 입시뿐 아니라 취업까지 ‘머니(돈)'가 결정한다. 2021년 교육부·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약 46만원을 넘어섰다. 취업을 위한 서울 강남의 코딩학원 수강료가 넉 달에 1300만원이나 된다. 사교육비로 ‘부모 등골이 휜다’는 말이 유행한다.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는 “한국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라면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을 주는 교육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과도한 경쟁은 인성 파괴는 물론 많은 청소년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OECD 통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 인재상은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협업’ ‘글로벌 시각’ ‘비판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한결같이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암기식, 무한경쟁, 학벌 중심 등 시대에 낙후된 방식이다. 그러니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우리가 사교육으로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사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인재 양성에 또 한 번 앞서가고 있다. 2020년 OECD 통계에 따르면 독일은 일반 대학 입학률이 35%에 불과하나 우리는 70% 이상이다.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좋은 인재 양성 기회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등 유럽 기업들은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선다. 기업들은 인재 양성을 위해 ‘사관학교’(이원적 교육·Dual System)를 운영한다. 프랑스는 기업인들이 투자해 ‘에콜 42’라는 새 인재 양성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3무(無)', 즉 교수·교재·학비가 없다. 필자는 우리 정치인·기업인들과 함께 프랑스·독일의 새 인재 양성 기관들을 방문했다.

우리 대선 주자들은 ‘인재가 미래’라면서도 구체적인 인재 양성 혁신 방안을 말하지 않는다. 부모의 부와 출신에 상관없이 끼와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 어려운 환경에도 기회를 주면 끼와 역량을 펼친 두 팀을 소개하면, 농촌 의성에서 여고를 나와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한 ‘컬링의 영미팀’(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선수는 모두 의성여중·여고 출신)과 서민층의 자녀들로 사이버대 출신(6명)인 팝의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이다. 흙수저 출신들이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역량을 발휘한 것이다. 초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한민국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인재 양성 혁명을 하자는 것이다.
 
그럼 이 땅에 태어난 누구나 인재 양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새 틀’은 무엇인가?
21세기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 교육철학은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과 부모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대한민국이 인재 양성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일곱 곶감 무지개’를 펼치고자 한다.

먼저 기업이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관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독일 기업들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이원적 교육(Ausbildung)'을 통해 연간 약 35만명, 3년 반 과정에 총 130만명의 청년들에게 인재 양성의 기회를 주고 있다. 4대 보험에다 매월 1000유료(약 135만원) 이상 월급도 지급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독일 지멘스는 해마다 7000억원을 투자해 전 세계에서 약 6000명의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 전사인 마이스터로 키우고 있다. 청년실업 감소에 크게 기여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도하고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청년 희망 ON 프로젝트’와 ‘K-디지털 트레이닝’ 같은 직업교육에 나섰다. 하지만 재정적 규모나 학생 지원은 독일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둘째, 등록금을 없애고 생활비를 주는 것이다. 학령인구,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2022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45만명으로 대학 입시 정원 55만명에 비해 10만명이 부족해 대학이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된다. 2030년 대학 입시에 지원하는 학생은 31만5000명으로 더 급격하게 줄어든다. 현재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730만원, 학생 수 31만5000명을 곱하면 약 23조원이다. 2021년 교육부가 대학에 지원한 예산이 11조1455억원이다. 한국교육개발원(KDI)은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이 1000만원으로 늘었다”고 말한다. 교육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중산층 이하 전체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면제할 수 있다. 2040년에 대입 학령인구가 28만명으로 떨어진다. 많은 대학이 문을 닫게 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 추이]



나아가 대한민국도 독일처럼 중산층 이하 대학생·연수생들을 대상으로 ‘바펙(Bafoeg·생활지원금)' 제도를 도입할 때다. 독일은 중산층 이하 학생에게 월 100만원을 지원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50%만 갚으면 되고, 성적이 20% 이내에 들면 20%만 갚으면 된다. 기회 균등이자 ‘교육의 민주화’다. 2021년 한국 대학생 학자금 대출금리는 1.7%로 높다.

셋째, 사립대학 국공립화다. ‘깡통대학’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대학법인이 대학교에 지원할 여력이 없어 학생등록금과 정부 지원금으로만 운영되는 대학이다. 나라가 가난했을 때 돈 있는 유지나 외국인들이 대학을 설립해 지원했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도 깡통대학을 국공립으로 전환할 때다. 독일은 국민 계몽을 위해 19세기 거의 모든 대학을 국립화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대다수 국가들 대학은 거의 국공립이다.

넷째, 서울 소재 20개 메이저 대학들의 지역 이전이다. 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를 포함한 서울·경기 지역 상위 30~40개 대학 학부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더 좋은 인재 양성 혁신 방안은 전국 상향 발전과 연계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20개 메이저 대학들의 지역 이전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말할 것 없고, 영국과 미국에서 보스턴의 하버드대, 옥스퍼드의 옥스퍼드대 등 명문대가 지역에 있다. 지역 깡통대학들이 문을 닫게 되면 활용할 대학 공간이 넘쳐나게 된다. 지역 이전 대학에 등록금 면제, 기숙사 신축 등 다양하게 지원한다. 메이저 대학이 지역에 이전해 국가권력기관·대기업 이전과 함께 신산업 융·복합 클러스터를 주도해 국가경제·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다섯째, ‘3무(無)'와 민주시민 교육이다. 3무는 대입 서열화를 없애고, 입시 지옥을 없애고, 선행학습을 없애 사교육비가 없는 것을 말한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는 3무로 서열화가 없고, 대학이 평등하다. 필자가 졸업한 당시 수도에 있는 본(Bonn)대학은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와 비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본대학이 독일 최고 대학이라고 자랑하면 우스운 꼴이 된다. 대학이 또 민주시민 인격 함양을 넘어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역량과 비판 의식을 갖춘 인격체 양성에 적극적이며, 양성 평등 교육도 중요하다.

여섯째, 자기주도형 및 맞춤형 교육이다. 칠판 주입식 교육을 넘어 ‘블렌디드’, 자기주도형 교육 시대다. 일부 대학에서 융·복합형 교육으로 ‘자기설계 전공제’ ‘학생자율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대세다. 교육콘텐츠 혁신과 에듀테크(기술) 활용이다. 국‧영‧수 중심에서 독일처럼 ‘MINT'(수학, 컴퓨터공학, 자연과학, 기술의 앞 철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곱째, 교육부 해체와 국가교육위원회 역할이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는 교육부가 없다. 현 교육부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고, 올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 100년 대계를 새로 짜는 것이다.

‘우골탑(牛骨塔)', 즉 ‘소를 팔아서 자녀를 공부시킨다’는 말이 있다. 가족 재산 1호인 소를 팔아서라도 자녀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결연함이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도 이제 등골이 휘는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고, 국가와 기업이 함께 인재 양성에 나서는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도모할 때다. 어느 대선 후보가 ‘새 인재 양성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까.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 언론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