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머릿수 채우기 급급한 IT 인력시장의 모순

2022-01-19 00:00

이종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변호사·경영공학 박사)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서 소프트웨어 기술혁신이 다양한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삶도 점차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다소 불편한 상황에 놓였지만 재택근무, 원격교육, 전자상거래 등 소프트웨어가 그 불편함을 경감시켰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산업의 호황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IT·SW 분야 인력 부족 문제로 연결됐다.

지난해 11월 21일 생방송으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IT·SW업계에 종사하는 한 시민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고용시장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그 시민은 'IT·SW업계 인력 부족과 실업 양극화’라는 모순을 지적하였는데, 기업은 인력이 부족하다 하고, 청년은 일자리가 없다는 다소 모순적인 내용을 전했다. 그는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질문에 대통령은 ‘청년희망 온(ON) 프로젝트’를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지원 수단으로 언급했다. 해당 지원 정책은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직접 교육하고 채용하는 식이다. 지난해 11일 22일 현대자동차그룹도 참여하면서 총 6개 대기업이 양성하는 인력 규모는 17만9000명이다. 그중에 IT·SW 분야 인재 육성 규모가 큰 편이다.

또 정부는 지난해 6월 ‘민·관 협력 기반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IT·SW 분야 고용시장에서 인력 수급차(4만+α)에 대응하는 8만9000명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으로 IT·SW 분야의 인력 공급은 충분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T·SW 분야의 부족한 인력을 공급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업계에서 실제로 필요한 인력과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개발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즉, 수요와 공급에서 양의 비대칭이 아닌 질의 비대칭이 있다. 또한 기업은 우수한 기술 개발 역량을 보유한 개발자도 필요로 하지만 대상 산업 분야의 배경지식(domain knowledge)을 보유하거나, 조직 구성원과의 네트워크 역량 등 소프트 스킬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IT·SW 종사자들은 경력을 쌓기 위한 프로젝트를 찾아다니며, 종신제 고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정도로 이직이 잦으며, 불안정한 일자리인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경력 개발 과정에서 도태되거나 경력 관리에 실패한 IT·SW 종사자는 냉혹한 현실의 벽 앞에서 경력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인력 공급 측면만 강조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IT·SW산업에서 일하는 방식 또한 전통적인 제조업과 차이가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IT·SW 분야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의 산업’으로 분류하고 별도의 정책 지원을 하는 것도 다른 산업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IT·SW 분야 종사자는 주로 소규모 단위 프로젝트의 조직 구성원으로 일하며, 출시일 등 기간이 확정된 상태로 업무에 참여한다. 따라서 정해진 근로시간, 근로 장소, 휴게·휴무가 적합하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데 적합하다.

이미 판교 지역 등 유명 기업들은 자율근무제를 도입했고, 비대면 근무를 통해서도 충분히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사옥을 매각하기도 했다. 일부 IT·SW 종사자들은 자신의 워라밸을 위한 일자리를 탐색하고, 그에 적합하지 않은 기업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블랙리스트’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기업의 이미지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앞서 말한 IT·SW 종사자의 경력 개발 욕구, 일하는 방식의 특성만 강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열악한 처우라는 고난에서 살아남은 자들만 경력 개발과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부 개발자들은 과도한 근로시간에 놓이거나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나라는 명색이 IT 강국이지만 일부 개발자들은 저연차·저경력일 때 열악한 처우를 겪어낸 것을 훈장처럼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 산업에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IT·SW 종사자들의 열안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배포하기도 하였으며, SW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업계 아랫단에 취업하는 IT·SW 종사자의 처우는 암담하다.

IT·SW산업 고용시장에서 부족한 인력을 메꾸기 위해 다양한 인력 공급 지원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증가한 인력들이 산업 내에서 정착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