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형 M&A에 쏠린 눈…순현금 100조 향배는 어디로?

2022-01-11 19:00
1순위는 차량용 반도체...로봇 사업 베팅도 주목, 북미 시장 공략 기폭제 될 듯

삼성전자가 대형 인수·합병(M&A) 체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구체적인 인수 대상 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공언한 대로 조만간 M&A가 이뤄지면,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억원에 인수한 이후 6년 만의 M&A다.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첫 M&A 성과라는 타이틀도 얻게 된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세트 사업을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통합한 배경과 향후 사업 비전, M&A 계획 등을 밝혔다.[사진=삼성전자]

 
한종희 “부품과 세트, M&A 모든 가능성 열어놔”

한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행사 도중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부품과 세트(완제품) 모두에서 (M&A)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상당히 많이 보고 있다"며 "사업 중장기적, 단기적인 것을 다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 삼성전자에서 부품은 반도체를, 세트 부문은 가전과 모바일, TV 등을 칭한다. 한마디로 전 사업 분야에서 복수의 M&A 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 100조원(작년 3분기 말 기준) 이상을 바탕으로 조만간 M&A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초격차를 유지하되 새로운 사업 모델과 신시장 개척,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자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외부 수혈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시기라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탓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 직후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와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지난해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등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우선 차량용 반도체와 로봇, 전장 등 분야에서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사진 가운데·DX부문장)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세트 사업을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통합한 배경과 향후 사업 비전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왼쪽)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과 (오른쪽) 이재승 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을 비롯한 DX부문 주요 임원들도 참석했다.[사진=삼성전자]

 
1순위는 차량용 반도체 부문...NXP, 인피니온 물망

가장 주목 받고 있는 M&A 대상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다. 이미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등이 M&A 대상 후보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데, 이들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각각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NXP(21%), 인피니온(19%) 순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지난 2018년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 출시 이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만약 삼성전자가 NXP와 인피니온 둘 중에 한 곳이라도 인수합병에 성공하면 단숨에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 현지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두 회사 모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NXP가 인수한 프리스케일이 차량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반도체를 양산 중이고, 인피니언에 인수된 사이프러스도 이곳에서 차량용 전력 반도체를 설계·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12월 출시한 차세대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3종 [사진=삼성전자]

 
현대차에 자극받은 로봇 분야, 관련 투자 등 속도 낼 듯

로봇 역시 M&A 유력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고 로봇 사업 파이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첨단 로봇 기술을 보행 보조, 서빙, 가정생활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등 로봇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이 작년 6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사를 인수합병했고, CES 2022에서 서비스 로봇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을 잇달아 선보인 것에 삼성전자도 상당히 자극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2 보도발표회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 위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한편 삼성전자의 북미와 남미 등에서 가전공장 증설 투자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 비스포크 가전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만큼, 관련 설비 증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비스포크 홈'을 현지 시장 안착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비스포크의 핵심인 냉장고 라인의 현지 증설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은 이번 CES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5월 비스포크 홈을 출시하고 현재 41개국에 론칭했는데 각국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좋다"며 "미국 등 시장에 맞는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출시 국가도 50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