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사태 진화 나선 신세계 정용진… 오너리스크 털어낼까
2022-01-11 20:2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멸공' 논란 수습에 나섰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신세계그룹은 오너리스크에서 한발 비켜나 있었지만 정치권까지 논란이 옮겨붙으면서 쉽사리 식지 않을 분위기다. 정치권의 '아전인수'식 편가르기에 휘말리면서 향후 정 부회장이나 신세계의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 이미지를 올렸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 '노재팬 포스터'를 본뜬 이미지로, '멸공' 논란 이후 일각에서 스타벅스 등 불매운동 조짐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정 부회장이 전날 주변에 "더 이상 멸공 관련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태 수습의 뜻을 나타낸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용진 부회장은 왜 '멸공'을 외쳤을까
정 부회장은 재계 오너 중에서 드물게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치면서 "소탈하다" "인간적이다"라는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며 수차례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싹텄다. 해당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쓴 문구다. 논란이 이어되자 정 부회장은 “오해받을 일 하지 말라고 하니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며 SNS에서 자신이 한 발언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정 부회장은 10일 SNS를 통해 “사업하면서 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는 일을 당해봤냐”며 이번 멸공 논란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멸공 발언은 평소 정 부회장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75만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정 부회장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커진 만큼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멸공 논란 정치권으로 확대··· 신세계 행보에도 ‘부담’
이번 논란에 따라 일각에선 신세계의 중국 사업 등 실적 차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과 홍콩 일부 매체에서는 정 부회장의 멸공 이슈를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사업 영향은 당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사드 사태 이후 이미 이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한 데다 면세점 사업도 코로나19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타벅스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실제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다만, 그간 어렵게 쌓아온 신세계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일종의 '색깔론'과 맞물리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치권까지 논란이 옮겨 붙은 것은 향후 신세계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멸공 논란으로 전날 이마트를 제외하고 일제히 급락한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I&C 주가는 정 부회장이 사태 수습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11일 혼조세를 보였다. 신세계는 전날 대비 2.58% 올랐고, 이마트(-1.68%)와 신세계인터내셔널(-1.5%), 신세계I&C(-2.72%)는 소폭 내려앉았다.
정 부회장은 앞서 전날 자신의 SNS에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 내 갓 끈을 어디서 매야 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 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의도치 않게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있어 더 이상 멸공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정 부회장은 11일 김택진 NC소프트 회장과 찍은 사진과 함께 "한국시리즈에서 만나자고 서로 다짐했다"고 적는가 하면, 하림 장인라면 사진을 올리는 등 일상적인 SNS 활동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