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 100만 학습자 영어 커뮤니티의 도전..."한국 테스트베드로 튜터 서비스 확장"

2022-01-03 17:43
스피킹 특화 언어 학습 플랫폼 '할로' 배준영 대표 인터뷰
미국 이민, 우버 컨설턴트, 유타 비즈니스 선정 주목할 20대
커뮤니티 중심의 스피킹 학습...AI 기술로 원어민 튜터 매칭 고도화
"한국은 아시아의 허브...韓 소비자 피드백 반영해 서비스 개선"

배준영 할로 대표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다만, 머뭇거림이 보였다. 누가 봐도 한국인이나,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후 줄곧 영어로 대화해왔던 그에게 한국어 인터뷰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바로바로 안 나온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과거 부자연스러운 언어는 영어였을 거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미국 국적을 갖고 원어민의 영어를 구사하는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언어는 흥미로운 학습 대상이었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우버·아마존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가 창업을 결심하고, 언어 교육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할로는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에 영감을 받아 학생과 원어민 선생님을 연결하는 ‘스피킹 특화 영어 교육 플랫폼’으로 탄생했다. 배 대표 본인이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말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2017년 유타주 프로보의 브리검영 대학 동기 밴자민과 힘을 합쳐 창업에 나섰다.
 

할로 배준영 대표[사진=할로]

배 대표는 “학생 시절 다양한 언어를 많이 배웠는데, 미국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다. 막상 학교에 가서 원어민과 대화를 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대화를 하기 위함인데, 그동안 받았던 교육은 시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문법과 단어 외우기에 치중돼 정작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며 “미국에서 우버를 컨설팅하면서 엔지니어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데, 우버처럼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 원어민과 바로 연결돼 스피킹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로의 학습자는 어느덧 100만 명을 넘어섰다. 매주 신규등록자는 1만3000명씩 늘고 있고, 매일 학습자는 평균 30분간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타 영어 매칭 플랫폼과 달리 1대1 교육에만 매달리지 않고, 1대10, 1대20까지 그룹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그룹 수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수업 비용은 한 달 평균 1만2000원 수준이다. 오프라인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도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해 말하기 연습을 더 하고 싶은 학습자들에 인기가 좋다.
 
개인 학습이 아닌 그룹 수업에 초점을 맞출 수 있던 배경에는 할로의 커뮤니티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할로는 별도 비용 없이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 있더라도 전 세계 학습자들과 영어로 말하며 스피킹 연습을 할 수 있다.
 
배 대표는 “두 가지 서비스의 공통점은 언제 어디서든 영어로 말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학교와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지만, 말하기 연습을 더 하고 싶다면 할로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스피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학습자들끼리 대화상대를 매칭할 때 인공지능(AI) 테스트로 영어 실력을 확인해 비슷한 실력자들이 대화할 수 있게 하고, 대화하기 좋은 주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생산적인 연습이 되도록 돕는다. 언어를 배우려는 목표가 같고, 레벨이 비슷한 사람들이 대화하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작아진 세계...영어 중요성 더 커
코로나19 확산 후 국가 간 이동은 급감했지만, 영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그는 말한다.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물리적 중요성이 줄어들고, 전 세계가 연결되면서 영어를 배우려는 니즈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글로벌 팬데믹 이후 세계는 작아지고 있고, 영어 교육 시장은 커지고 있다. 미국 글로벌 업체도 현지에서 외국인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좋은 직장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영어는 분명한 투자처다”며 “과거에는 한국에서만 일해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글로벌을 향해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그동안 영어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무조건 장착해야 하는 기본 스킬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가 아닌 유타에서 창업을 시작한 배 대표는 현재 팀원을 창업 당시의 3배 규모로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수업에 100명까지 함께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AI 매칭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도 집중 투자해왔다. 2019년에는 '유타 비즈니스 매거진(Utah Business Magazine)'이 선정한 '주목할 만한 20대' 상위 20인에 뽑히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가는’ 배 대표가 지금 이 시점에 다시 한국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원어민 선생님 매칭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한국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배 대표는 “첫 계기는 중기부의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선정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며 “지금은 한국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싶다. 영어 교육 시장에서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가장 큰 시장인데, 한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강사 매칭 서비스를 확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시아의 허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서비스가 성공하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잘 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해 커뮤니티 중심의 영어 스피킹 학습 플랫폼을 많은 한국 수강생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