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거리두기로 '가는해 오는해'…여기가 사진 핫스폿

2021-12-31 00:00
꽃지해변 일몰 CNN도 '엄지척' 전설속 할미바위, 온세상 삼킬듯
'모래시계' 입소문 탄 정동진 '동해 일출 기차여행' 명소로
한반도의 꼬리, 포항 호미곶 '검은 호랑이 해' 위로·희망을

2021년도 다사다난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끝나지 않아 심란한 마음 감출 길 없다. 매년 이맘때면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일출 명소에서 떠오르는 새해 '첫' 태양을 바라보며 소망을 기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의 끝과 내년의 시작은 잠시 멈추기로 한다. 일상 회복을 위해, 우리를 위해······. 아쉬운 마음은 잠시 접고 추억을 소환하기로 한다. 그간 담아두었던 '사진'으로. 그래도 좋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던 당시의 '설렘'을 사진에서 추억할 수 있으니. 

'해넘이·해돋이' 명소, 사진으로 만나자. 

◆신축년의 아쉬움 달랠 해넘이 명소
 

일몰 명소로 유명한 꽃지 해변. [사진=기수정 기자]

누구에게나 힘들었던 2021년 연말이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그래도 한 해의 끝에서 마주하는 태양에 마음마저 일렁인다. 올해 연말은 사진으로 감상하는 일몰 풍광에 만족해야 하지만, 잊었던 소중함을 찾고 한 해의 아쉬움을 달래보련다. 

△안면도 꽃지해변

'해지는 풍광을 많이 본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는 말이 실현되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 3대 일몰 명소 중 한 곳인 충남 태안 '꽃지해변'이 그렇다. 이곳에서 일몰을 마주하는 순간, 부자가 된 듯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다. 

꽃지해변의 일몰은 아름답다. 역시 전북 부안군 채석강, 인천 강화군 석모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일몰 명소로 불릴 만하고,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곳으로 꼽은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에는 오후 5시쯤이면 노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붉은 햇덩이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순간, 커다란 해가 온 세상을 삼킬 듯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장면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

할미바위에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라 때 장보고의 부하 장수로 안면도를 지키던 승언이 갑자기 북방으로 발령이 나서 떠났는데, 아내 미도가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할미바위가 됐다는 얘기다. 

군인으로 출정한 승언과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아내 미도의 애틋한 전설이 전하는 부부의 바위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 풍광은 가히 압권이다.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동백정에서 바라본 일몰. [사진=한국관광공사 ]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충남 서천 마량리에도 일몰 명소가 있다. 바로 수령 500년이 넘는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 숲, 그중에서도 동백정이 주인공이다. 바다를 마주한 서쪽에는 바위 절벽이, 언덕 위에는 동백정이 있다. 

일몰 시각,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오력도라는 작은 섬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든다. 장쾌한 바다 풍광, 붉은 노을이 퍽 근사하다. 

동백꽃은 12월부터 피기 시작하고, 가장 추운 1~2월에도 활짝 핀 꽃이 흔하다. 꽃이 피고 지고 또 봉우리를 맺어 피고 지기 때문에 겨울부터 봄까지 만나볼 수 있다.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일몰. [사진=한국관광공사 ]

△부산 다대포 아미산 전망대

해변을 끼고 있는 다대포는 오래전부터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일몰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일몰각(해가 떨어지는 방향) 덕분에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물한다.

특히 해변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과 일몰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사시사철 여행객뿐만 아니라 풍경을 찍는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다. 

다대포 해변이 아닌 해변 끝자락에 있는 노을정 뒤편 언덕에 아미산 전망대에서도 일몰을 만끽할 수 있다. 

아미산 전망대는 부산의 갈맷길 코스와도 이어져 있어 갈맷길을 걸으며 다대포의 낙조를 즐기기에 좋다.

다대포 아미산 전망대 일몰은 서해처럼 해수면 위로 바로 떨어지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노을빛이 워낙 아름다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서해 못지않은 매력을 선사한다. 

◆임인년, 희망의 시작 알리는 해돋이 명소 

멀리 수평선을 뚫고 바다 아래에서 솟아나는 태양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지만 새로운 1년을 살아갈 힘을 준다. 우리들이 해돋이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경포해변 일출. [사진=한국관광공사 ]

△푸른 바다, 붉은 해···설렘 가득한 일출 명소 '경포대·정동진'

동해안 대부분은 해돋이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출 명소 속에서도 '해돋이'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경포대와 정동진이다. 그야말로 해돋이의 고장 강릉이 품은 '일출 고전 명소'다. 

경포대는 동해안 줄기를 따라 북쪽에 자리한다. 

경포해변과 경포호에 인접한 고려 시대 말 1326년에 세워진 누각 경포대는 경포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절경을 자랑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흔히 '경포대 일출'을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마주한다. 
 

정동진에서 마주하는 해돋이 풍광. [사진=한국관광공사 ]

동해안 줄기 남쪽에는 정동진이 있다. 광화문에서 정확히 동쪽에 자리한다고 해 이렇게 이름 붙었다. 숙박시설도 카페도 없던 작은 어촌마을은 전설의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되면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사람들은 정동진역으로 몰려들었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던 어촌마을은 '동해 일출 기차여행'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드라마는 모르는 사람들도 '해돋이' 하면 이곳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화합의 상징 '상생의 손'에 담긴 호미곶 일출. [사진=한국관광공사 ]

△포항 호미곶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호미곶. 동해의 수많은 일출 명소 중 특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호랑이를 닮은 우리 땅, 한반도에서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호미곶이다.

꼬리라고 하면 흔히 '끝'과 '뒤'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겠지만, 동물에게 꼬리는 무척 중요하다. 특히 육식 하는 맹수에게 꼬리는 생존과 직결된다. 사냥할 때 꼬리로 방향을 바꾸고 균형을 잡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고,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 호랑이 꼬리를 국운 상승과 국태민안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유다. 특히 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다. 그래서인지 호미곶 일출은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기는 듯하다. 

바다에서 한 뼘 튀어나온 '곶'에서 바라보는 태양은 찬란한 희망을 노래하고, 거친 파도에 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뿌리내린 화합의 조각상 '상생의 손'은 새해의 태양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