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 최태원에 실트론 지분 인수 기회 양보"...과징금 총 16억원
2021-12-22 14:43
과징금 낮고 검찰 고발 빠져 '봐주기 논란' 불가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주식 지분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 SK그룹과 최 회장 각각 과징금 8억원씩을 부과했다.
이번 결과는 공정위가 2018년 조사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나왔다. 지배주주가 계열사의 사업 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제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검찰 고발 조치가 빠졌고 과징금 수준도 낮아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22일 최 회장의 실트론 주식 지분 매입 행위에 대해 SK의 사업 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최 회장이 비서실에 검토를 지시하며 실트론 잔여 지분 인수 의사를 표시했고, SK는 자신의 사업 기회에 관해 합리적 검토 없이 양보해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SK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2017년 1월 LG가 가지고 있던 실트론 주식 51%를 인수했다. 이후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실트론 지분 추가 인수를 고민했다. SK는 그해 4월 잔여 지분(49%) 가운데 KTB PE가 가진 19.6%를 추가 매입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매각 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됐고, 그해 8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정위는 SK가 실트론 주식 70.6%를 취득한 이후 잔여 지분 29.4%를 모두 사들일 수 있었지만, 잔여 주식 취득 기회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최 회장에게 넘겼다고 봤다. 또한 회사의 사업 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가져가게 되는 이익 충돌 상황이었음에도 이사회 승인 등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도 준수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K가 이사회 심의를 거쳐 추가 지분(29.4%) 인수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경영 판단을 했고 거기에 특별히 불합리한 점이 없었다면 최 회장의 지분 인수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위는 SK가 입찰을 주관한 우리은행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고 SK의 임직원이 최 회장의 잔여 지분 인수 계약체결을 지원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점도 문제 삼았다.
다만 최 회장이 취득한 지분 처분이나 검찰 고발 조치 등이 빠지고 과징금도 적은 수준이어서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사업 기회를 받은 객체의 관련 매출액 등의 산정이 어려워 `정액 과징금`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