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출석한 최태원...'SK실트론 논란' 정면돌파 택했다
2021-12-15 18:48
의무 없는데도 총수 출석 '이례적'
공정위 결정, 법원 1심 판결과 동일
공정위 결정, 법원 1심 판결과 동일
SK실트론 사익 편취 의혹을 받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출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위법성이 없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날 세종 정부세종청사 세종심판정에서 SK실트론 사익 편취 논란과 관련한 전원회의를 열였다. 보통 위원 9명 모두가 참석하지만 이날은 4명이 제척·기피 사유로 빠지면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을 포함한 5명만 참석했다. 최소 의결정족수가 5명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다.
공정위 'SK실트론 논란' 심리···최태원 직접 소명
이날 회의에는 최 회장이 출석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 절차상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견해를 밝히는 건 이례적이다. 공정위 심판은 민사재판처럼 당사자가 반드시 나오지 않아도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총수 본인이 직접 소명하러 온 이유가 무엇이냐' '사익 편취나 부당 지원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냐' '위법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거냐' 등 질문을 했지만 최 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공정위는 애초 지난 8일 관련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일정을 한 주 미뤘다. 이날 회의는 최 회장 요청을 받아들여 일부 비공개로 진행됐다. 오전에는 모두 공개했지만 오후 회의는 일정 시간 비공개로 열렸다.
최 회장도 개인 이름으로 잔여 지분을 매입했다. 그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소유한 나머지 29.4%를 주당 1만2871원에 샀다. 이로써 실트론은 SK와 최 회장이 지분 전체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이후 SK가 잔여 지분을 30%가량 싼값에 살 수 있었는데도 모두 매입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공정위에 총수 일가 사익 편취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SK가 최 회장에게 저가 인수 기회를 넘긴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를 보면 공시 대상 기업은 특수관계인에게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SK "공개 입찰로 투명·적법하게 지분 취득"
공정위는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관련 조사를 벌였다. 이후 SK 측에 검찰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인수가 위법성이 있고,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SK의 지분 인수 직후 반도체 호황이 이어져 SK실트론이 상당한 이익을 봤고, SK그룹 반도체 계열사와 시너지도 예상된 상황이었다고 판단한다. SK실트론 지분 가치 상승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태에서 최 회장 매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잔여 지분을 인수할 당시 SK㈜ 이사회 등이 열리지 않은 점도 문제 삼는다.
SK 측은 정관 변경 등 주요 사안 특별결의가 가능한 지분을 사들인 만큼 추가 매입 필요성이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최 회장 지분 인수 과정에 위법성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중국 기업 등 경쟁자를 막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고, 공개 입찰을 통해 투명하고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결정은 법원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통상 심의 당일 의결 내용을 합의하지만 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따로 기일을 정해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
이날 합의가 이뤄지면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이다. SK가 전원회의 처분 결과에 불복하면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