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준 에르도안, 약도 줄까...터키 리라화 가치, 수십년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

2021-12-21 10:49

끝을 모르고 급락하던 터키 리라화가 급반등에 성공했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금리 인하 정책에 사상 최저치까지 하락했지만, 다시 에르도안 대통령의 리라화 저축 장려책에 힘입어 수십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일(이하 현지시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무회의 이후 TV연설을 통해 리라화 예금 가치를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한 뒤 리라화는 장중 최저치에서 47% 올라 1달러당 12.28리라까지 올랐다. 1983년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이다. 블룸버그는 터키 리라 가치가 금요일 종가에 비해 24%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 거래업체 템퍼스의 존 도일 부회장은 이날 로이터를 통해 "상승폭은 리라화 예금 가치 하락을 보장해주겠다는 정부 발언으로 인한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어떻게 이러한 방안을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터키 리라화 가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리대금업을 금지하는 이슬람교 교리를 이유로 들어 금리 인하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때 전 거래일인 17일 종가에서 11% 하락해 1달러당 약 18.36리라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발표한 리라화 저축 장려책은 달러 대비 리라화의 가치가 은행이 약속한 이자율을 초과할 경우, 정부가 리라화 예금 보유자들에게 발생한 손실을 만회해 주겠다는 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제 터키 국민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해 이자를 통한 이익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예금을 리라화에서 달러로 전환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은행의 정책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달러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 수요를 완화하고 리라화 가치의 혼란을 끝내기 위한 것이다. 9월 이후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5%p(포인트) 낮추며 리라화 가치는 큰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터키 국민들이 이러한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새로운 정책이 지속 가능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브랜든 맥케나 웰스파고 통화전략가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근 발표가 "(리라화 가치를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예금주들이 이것이 실제로 시행 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정해질 것"이라며 "현재 터키 은행은 신용이 별로 없기 때문에 리라화 예금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숀 오스번 스코샤뱅크 수석 외환전략가는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리라화에 대한 매도세가 굉장히 강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발표한 정책이 이러한 매도세를 상쇄하는 데 일부 도움을 주었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부담으로 받아들여졌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 시장분석가는 "계속해서 금리 인하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록적인 리라화 가치 상승이 나타났지만 (금리 인하가 계속되면) 많은 투자자들은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다시 갱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거나 매파적인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터키의 저금리 정책은 터키 경제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터키의 11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21.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내년에는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16일 발표한 최저임금 50% 인상안 역시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3.5~10%p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키는 경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과 피치 역시 최근 리라 가치 하락을 이유로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