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했더니 집값 상투?…패닉바잉 30대 "입술 바짝바짝 타"

2021-12-20 18:00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거래 30대가 36.78%로 가장 많아
30대 패닉바잉한 非강남권 "집값 하락 공포심리 팽배"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통신] 

#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틈만 나면 아파트 실거래가를 확인한다. 지난 10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전용면적 41㎡ 아파트를 5억4800만원에 샀는데 지금까지 본인이 산 가격이 최고가를 기록해서다. A씨는 “집값의 70%인 3억300만원 상당을 보금자리론으로 받았다”며 “보금자리론이 조기 마감된다고 하기에 앞당겨 계약까지 했는데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거래-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 건수 4만5812건 가운데 30대의 매매건수가 1만6849건(36.7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1만2120건, 26.46%), 50대(6952건, 15.18%) 등 순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성동구로 전체 1556건 가운데 30대가 47.24%(735건)에 달했다.
특히 비(非)강남권 위주로 30대의 매매 거래 비중이 높았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30대 비중이 40%를 넘긴 곳은 성동구와 함께 강서구(45.94%), 서대문구(41.99%), 노원구(41.88%), 영등포구(41.52%), 관악구(40.81%), 동대문구(40.65%), 중랑구(40.47%), 성북구(40.39%) 등 9곳에 달했다. 나머지 지역도 30대 비중이 30%를 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서초구(34.23%), 강남구(37.23%), 강동구(31.49%) 등 3곳은 40대 비중이 가장 컸다.
 
노원구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30대들의 패닉바잉이 서울 외곽으로 몰렸다”며 “대출을 왕창 끌어다가 집을 산 이른바 빚투·영끌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집값이 정말 떨어지냐’며 문의하는 집주인들이 상당수”라며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심리가 이 일대를 집어 삼켰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에 서울 집값을 지탱한 추격 매수가 멈추자, 끝 모르고 오를 것 같던 서울 집값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 아파트값은 3개월 넘게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특히 관악구, 강북구, 도봉구, 금천구, 성동구, 노원구 등 비(非)강남권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올해 중반 관악구에 내 집을 마련한 30대 직장인 B씨는 “하루하루 호가가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며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까지 커졌는데 호가까지 떨어지니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내년 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추가 인상하면 대출금리는 5%대 중반에 달할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80% 이상은 변동금리여서 영끌이나 빚투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비상이 걸린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앞으로는 올해처럼 가격이 높게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예비 매수자들은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리 인상에 노출된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차주가 많다”며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까지 앞당겨져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 등을 꼼꼼히 따져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