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폭락에 푸틴 임금 인상 꺼냈지만…패닉바잉 못 막을듯
2022-03-17 18:09
자동차부터 토마토까지, 모든 상품 가격 급등…설탕 톤 단위로 구매
러시아의 패닉바잉이 심화되고 있다. 약품을 비롯해 식품 등 모든 상품들이 조만간 동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더구나 외제차 가격이 전쟁 발발 전 대비 16%가량 치솟는 등 미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하루라도 더 빨리 사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푸틴, 최저 임금 인상 등 내놨지만…외신 “경제난 타개 불충분”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우리 경제는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서 깊은 구조적 변화를 필요로 할 것이며 나는 이를 숨기지 않겠다”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일시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가 상승이 국민소득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자국민이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 신고할 수 있도록 핫라인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이번 발표가 러시아의 경제난을 타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경제에 구멍이 뚫리면서 의료기기를 비롯해 주요상품, 전자기기까지 온갖 제품의 가격이 급등했다”며 “루블화 가치 하락 이후 수입품 부족과 생계비 위기가 예상되면서 러시아인들이 주요 상품을 패닉 구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팩트셋에 따르면 러시아가 2월 말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이후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18% 하락했다. 놀랍게도 이는 이달 초 40% 이상 하락한 후 손실을 회복한 것이다. 서방 기업들의 부품 공급 중단으로 러시아 산업 전반은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고 수입품의 공급도 막혔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잇달아 탈러시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앞서 인도는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를 돕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를 싼 가격으로 들여오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자동차부터 토마토까지 가격 급등…설탕 톤 단위로 구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주 외제차 신차 가격은 2월 대비 평균 16% 올랐다. TV는 20%, 청소기는 17%, 스마트폰은 12% 급등했다. 설탕, 바나나, 토마토 등 일부 식품 가격은 15% 이상 올랐다.경제학자들은 제재를 비롯해 고금리, 치솟는 인플레이션, 자본유출, 기업투자 감소, 소비심리 위축 등이 올해 러시아 경제를 깊은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하면서 실업률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주 "수백만명보다는 적은 사람들"이 실직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 소셜 미디어에는 슈퍼마켓의 빈 진열대 사진과 설탕과 곡물이 든 봉지를 사려는 사람들의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고, 사람들이 설탕과 밀가루 등을 톤 단위로 사들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유럽산 신선식품 수입을 제한하고 농업 생산량을 늘려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의 한 대형 소매업체 임원은 “문제는 수입품이다. 모든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솔직히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