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시경제 밑그림에 '안정 제일' 첫 등장…習 위기감 반영

2021-12-12 16:00
사흘간 중앙경제공작회의 진행
시진핑 집권기 가장 이른 개최
하방압력 속 내년 5%대 성장률
신화통신 '안정'만 25차례 언급
공동부유·탄소중립 등 속도조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등 최고 지도부가 전원 참석한 가운데 지난 8~10일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렸다. [사진=신화통신]

중국이 경제 운용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처음으로 '안정 제일'이 언급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여부가 달린 내년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읽힌다.

성장률 연착륙을 위한 재정 지출 및 인프라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 주석이 강조해 온 공동부유(共同富裕) 추진과 각종 규제 강화의 경우 속도 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 

내년은 부동산과 일자리, 에너지 등 민생 관련 이슈를 보다 적극적으로 챙기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안정' 25차례 등장, 수뇌부 위기감 상당 

1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8~10일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경제 운용의 방향성을 확정했다.

최고 권위의 경제 관련 회의로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 지도부를 비롯해 주요 간부·관료들이 대부분 참석한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게 관행이지만, 올해 회의는 지난 2012년 18차 당대회를 통해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개최됐다.

어느 때보다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1분기 18.3%까지 치솟았던 경제 성장률은 2분기 7.9%, 3분기 4.9% 등으로 둔화세가 완연하다. 

여기에 빅테크·사교육 규제 강화로 인한 민간 경제의 활력 저하, 헝다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업계의 줄도산 위기 등이 겹쳐 4분기 성장률은 3%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간 전체로는 8%대 성장률 달성이 유력하지만, 중국 사회과학원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목표치는 5.3%에 불과하다.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우리나라 경제가 수요 축소와 공급 충격, 기대 약화라는 3중 압력에 직면했다"며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인정했다.

시 주석의 집권기 들어 회의 때마다 제기된 '안정 속 발전(穩中求進)'이라는 거시경제 표어 앞에 '안정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穩字當頭)'는 수식이 처음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신화통신 보도에도 '안정(穩)'이 25차례나 등장한다. 

쉬훙차이(徐洪才) 중국정책과학연구회 부주임은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이 비교적 크고 중국 경제 역시 마찬가지"라며 "경기 하락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중시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는 중국의 대외무역이 20% 이상 증가했지만 내년에는 외부 수요 감소로 좋은 시절이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의는 "거시경제 안정에 주력하며 합리적 구간 내 경제 운용을 유지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제때 공급해 중소기업과 혁신기업, 소상공인 등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인민은행도 은행권 지급준비율과 재대출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며 보조 맞추기에 나섰다. 이 같은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신화통신]

◆공동부유·규제강화·탄소중립 '속도조절'

회의는 "내년 열리는 20차 당대회는 당과 국가 정치 생활의 대사(大事)"라며 "평온하고 건강한 경제 환경, 태평하고 평안한 사회 환경, 깨끗하고 공정한 정치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고 장기 집권의 길로 나아가려 하는 시 주석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민생 관리가 절실하다. 

두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인 올해 강력히 추진했던 각종 규제 정책이 내년에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시 주석이 새로운 국정 어젠다로 들고 나온 공동부유의 경우 "우선 케이크를 크게 만들고 합리적 제도를 통해 적절히 나눠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예고했다.

부동산 문제도 "집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했지만, 임대시장 안정과 다양한 수요 충족을 통한 '부동산 산업의 선순환(良性循環)'도 함께 언급했다.

투기는 막되 실수요자를 상대로 한 금융 지원과 경영 위기를 겪는 부동산 업계에 대한 대출 확대 등을 고려하는 눈치다. 

올 하반기 전력 대란을 초래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꺼번에 해치울 수 없는 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석탄이 위주인 (전력 공급) 상황에 입각해" 화력발전과 신재생 에너지 간의 최적화된 조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탄소중립을 과도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아울러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원활한 취업(靈活就業)'이라는 정책 목표도 처음 제시됐다. 

회의는 "대학 졸업생 등 청년 일자리 문제를 잘 해결하고 원활한 취업과 사회보장 정책을 완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1~10월 누적 신규 취업자 수는 1133만명으로 연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에 부합한다. 

다만 내년 대학 졸업생은 1076만명으로 올해보다 167만명 급증하는 만큼 취업난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 

왕하이펑(王海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주임은 "내년 국내외 경제 환경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며 "기저효과가 컸던 걸 감안해 다양한 변화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