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하루 10번'…뉴질랜드서 코로나19 백신 대리접종 발생

2021-12-11 11:27
뉴질랜드 보건부 "매우 우려…적절한 기관과 협력 중"

뉴질랜드에서 한 남성이 타인 명의로 하루에 10번이나 백신을 대리접종한 사례가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보건 당국의 느슨한 신원확인 절차로 빚어진 상황으로 보인다.

11일 스터프(Stuff) 등 뉴질랜드 매체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남성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대신 받는 대가로 돈을 받고 여러 접종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스트리드 쿠어니프(Astrid Koornneef) 뉴질랜드 보건부 코로나19 예방접종·면역프로그램그룹 매니저는 정부 당국이 "이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고 적절한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이 사건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쿠어니프는 "여러분이 권장량보다 접종을 많이 받은 사람을 안다면 그들은 가능한 한 빨리 임상적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니키 터너 오클랜드대학교 교수(예방접종자문센터 의료책임자)는 하루 중 여러 차례 접종을 받았을 경우의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루에 여러 번 접종받는 것은) 안전한 일이 아니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우려했다.

이 매체는 지난 10월 타인 명의로 그들을 대신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얘기가 경찰에 신고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건부 대변인은 코로나19 예방접종·면역프로그램 직원이 경찰에 그런 사기와 관련한 조언을 했다고 답했다.

보건부 대변인은 "의료 정책은 고신뢰 환경에서 수행되고 사람들의 치료를 돕도록 정보를 정확하게 공유할 것이라는 신의성실의 원칙대로 행동하는 이들에게 의존한다"면서 "다른 사람으로 행세하고 의료적 조치를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타인 명의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의무기록에 접종이력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대리접종은 이미 예방접종을 받은 당사자와,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음에도 예방접종을 받은 것처럼 기록된 사람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뉴질랜드에서 타인 명의를 도용해 예방접종을 받기 쉬운 것은 그만큼 정부의 신원확인 절차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법정 신분증을 갖고 있지 못한 취약계층에 예방접종의 장벽을 높이지 않기 위해 정부가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부 대변인은 예방접종을 받기 전에 신원확인절차를 강화하는 것은 참여를 줄이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하겠다는 우리의 목표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원확인에 필요한) 사진을 포함한 신분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노숙자, 단기 체류자, 노인, 젊은이,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속한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예방접종의 장벽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