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이어 경찰까지 들이닥친 신풍제약...전후사정은?
2021-11-26 10:14
특별세무조사 후 80억 '철퇴'...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까지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풍제약 본사 재무팀과 경기 안산시 공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신풍제약이 허위 거래 및 원료 단가 부풀리기 방식으로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정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신풍제약은 경찰 수사에 앞서 국세청으로부터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국세청은 지난 6월 초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 요원들을 경기도 안산에 소재한 신풍제약 본사에 사전예고 없이 투입,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예치했다. 중부국세청 조사3국은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 등이 명백한 경우에만 투입되는 곳이다.
세무조사 착수 약 4개월여 후인 지난 9월 신풍제약은 결국 국세청으로부터 8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이 신풍제약에 법인세 등 세금을 추징한 구체적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국세청은 세무조사에서 신풍제약의 불법 리베이트와 최대주주·계열사간 자금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 사실이 있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신풍제약은 지난 2013년과 2016년 실시된 세무조사에서도 수백억원 대의 추징세를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신풍제약은 지난 2013년 세무조사에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 150억원을 불법 리베이트에 사용한 사실이 발각돼 조사 후 2년간 법인세 240억원을 납부했다. 또 2016년 세무조사에서도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약 2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신풍제약은 2016년 추징금에 대해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조세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번 꼬리 잡힌 불법 리베이트 문제는 결국 검찰 조사로 이어졌다. 2017년 신풍제약은 자사 출신이 경영하는 도매업체를 활용해 거래 약국과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근 신풍제약 소액주주들은 무기한 집회를 열고 있다. 신풍제약과 최대주주인 송암사가 잇달아 자사주를 대량 매각하면서 시작된 주가 하락세가 최근까지 이어지자, 그간 불거졌던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신풍제약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보이던 지난해 9월, 신풍제약은 자사주 128만9550주를 2154억원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어 올 4월엔 최대주주인 송암사도 신풍제약의 주식 200만주(8만4016원)를 1680억원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
블록딜은 매도자가 사전에 자신의 매도 물량을 인수할 매수자를 구해 장이 끝난 이후 지분을 넘기는 거래로, 다음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사주 매각은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두 번의 블록딜 매각 후 신풍제약의 주가는 하향곡선을 나타냈다. 신풍제약의 자사주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9월 22일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29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블록딜 여파가 지속됐다. 송암사 매각 이후에도 신풍제약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신풍제약은 최대주주와 회사의 자사주 매각 이후 대규모 부채를 상환하며 당초 매각 목적으로 밝힌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개발과제 투자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신풍제약의 지난 3분기 총부채는 493억원으로 전년 동기(2195억원) 대비 78% 감소했다. 단기차입금을 100% 가까이 줄이면서 전체 부채 비율도 함께 낮췄다. 송암사도 이번 지분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으로 35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을 상환했다.
주가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사주 매각으로 큰 시세차익을 누린 대주주는 뒷짐만 지고 있는 데 대해 소액주주들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각종 의혹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이 필요하고, 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풍제약 측은 현재까지 어떤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풍제약의 한 소액주주는 “피라맥스의 성공 여부를 두고 온갖 의혹들이 넘치는데 회사는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주주와 회사는 블록딜로 큰 돈을 벌었으면 무상증자나 자사주 매입이라도 해야 한다고 보는데 비상식적일 정도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