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빅체인지시대, 기술력 센 나라만 산다
2021-11-24 08:16
세계는 지금 초변화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MZ 세대 부상, 광속의 기술 변화, 자본주의 4.0 부상 등 규모·범위·속도 면에서 전대미문의 총체적 초변화와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세계 각국은 대응방향에 따라 문자 그대로 사느냐 죽느냐가 달려있는 절체절명의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힘을 얻으며 미국과 중국 간의 G2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결국 세계 패권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패권 경쟁은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내지 산업 생태계가 분리되는 소위 디커플링이라 불리는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으로 발전되고 있다. 이러한 미·중 공급망의 디커플링 현상에 따라 확대되고 있는 중국 밖으로의 공장 이전이나 거래선 이동은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엄청난 기회이자 동시에 위협이 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와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생존과 발전은 전적으로 과학기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인류 역사에 있어서 언제나 과학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작금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도 과학기술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지구인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팬데믹에 대한 궁극적 해법이다, 우리 지구에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는 기후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탄소중립도 과학기술이 해결의 핵심이다. 최근 기업 경영은 물론 투자, 무역을 넘어 국가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과학기술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지구 환경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문제의 해결도 단순히 의지나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과학기술 혁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미·중 간의 G2 패권전쟁도 과학기술 패권이 핵심이다. 미국은 과학기술이 국가발전만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라고 규정하고 과학기술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테크기업이 되어야 살고 국가도 테크국가가 되어야 사는 시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초변화 대전환 시대를 생존을 넘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려면 과학기술을 국가 전략 및 정책의 중심에 두는 과학기술 중심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과학기술 중심 국가를 목표로 한 국가적 마스터 플랜이 시급하다. 과학기술 중심 국가는 과학기술 강국과 유사하나 다소 결이 다르다. 과학기술부 등 일부 부처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 부처가 과학기술을 정책의 중심에 두는 철학이 필수적이다. 과학기술인 중심의 과학기술 강국이 아니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등 삼부 요인을 포함한 전 지도자, 전 국민이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두는 것이 과학기술 중심 국가인 것이다. 세계가 미래 각축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데이터 경제도 과학기술 중심 국가를 위한 국가적 마스터 플랜으로 육성해야 할 좋은 예이다. 2020년 벽두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인 라스베가스 CES에서 향후 10년은 ‘데이터의 시대’라 규정하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G를 결합한 사물인텔리전스 역량이 ‘데이터의 시대’ 성공 요건이 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데이터 경제의 세계 패권을 놓고 미·중 간의 G2 경쟁에 유럽도 뛰어든 3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GAFAM(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을 통해 세계 데이터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을 앞세워 거대한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주도권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연합(EU)은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EU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고 데이터 경제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 Gaia-X 프로젝트를 3년째 집중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 5G, IOT, 블록체인 등을 망라한 과학기술이 기존 산업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며 기업, 사회, 정부 등 모든 국가 요소를 혁신하는 국가적 마스터 플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 중심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가적 마스터 플랜의 일환으로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양성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전 구성원, 전 국민의 재교육이 필수적이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는 과거의 역량, 경험, 의식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새로운 역량과 사고, 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의 시대’에 대비하는 AI와 데이터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량의 강화 및 확산이 시급하다. 이제 기술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도, 기업만이 아니라 식당, 편의점 등 소상공인도, 기업인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 구성원의 AI 및 데이터 역량이 필수적인 시대가 오고 있다.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인 인더스트리 4.0도 모든 구성원, 전 국민의 재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과학기술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한 전방위 R&D 투자 확대는 응용기술 분야만이 아니라 기초과학, 원천기술 분야에도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가 늘 강조해온 대로 전 산업분야에서 전면적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 1위에 매몰되지 말고 아직 경쟁국 대비 많이 부족한 R&D 투자 절대금액을 지속 확대해야 한다. R&D 투자 효율 증대도 중요하나 절대금액 확대가 더욱 시급하다.
아울러 법, 제도 및 규제 혁신도 과학기술 중심 국가의 필수 요건이다. 과학기술이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것을 바꾸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법, 제도나 규제가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면 산업 융합이나 신산업 창출 등 변화와 혁신의 발목을 잡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를 위한 국회 및 정부의 혁신이 시급하다.
과학기술은 이제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살고 죽는 문제이다. 과학기술이 국가와 국민의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 중심 국가가 대한민국을 살린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