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잘 키운 벤처 하나 10년 한국을 먹여살린다
2021-10-20 06:00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효자
세계가 다시 뛰고 있다. 지난 1년 반 이상 세계를 혼돈 속에 몰아넣었던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아직 가시지는 않고 있으나 백신의 보급과 함께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의 회복에 주력하는 한편, 우리 지구에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는 기후위기, 미국과 중국 간의 G2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 광속의 기술 변화, MZ 세대 부상으로 대변되는 사람의 변화, 새로운 화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부상 등 경제, 사회, 정치 등 모든 면에서의 총체적 초변화에 대한 대응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새로운 돌파구로서 혁신의 중요성이 어느 시대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경제 정책의 양대 축으로 포용 성장과 함께 혁신성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그 성과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성장 정책의 성패는 기존 기업도 중요하나 초기 창업기업인 스타트업 기업과 성장 창업기업인 스케일업 기업을 포함하는 벤처기업의 육성이 핵심이다. 미국의 혁신성장 정책도 결국 GAFA라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벤처기업을 세계적 플랫폼 기업으로 육성하여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벤처기업 육성 정책의 전략적 방향성으로 크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해야 한다. 국내시장 중심의 벤처기업 육성도 의미가 적지 않으나 작금의 저성장 시대에는 국가경제 차원에서 큰 기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저성장 시대에는 경제의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기 때문에 한 기업의 매출이 늘고 고용이 늘면 다른 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줄어드는 ‘제로섬’ 상황에 빠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포함한 중소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국내시장 중심으로 펼치게 되면 국가 전체의 성장과 일자리 증대에 기여하지 못하고 일부 기업을 지원하여 다른 일부 기업을 약화시키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를 막을 수 있으려면 반드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벤처기업 내지 중소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제로섬’ 상황을 회피하여 국가 전체의 성장과 일자리 증대에 기여하는 ‘포지티브섬’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성공 벤처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유니콘 기업 육성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하는 유니콘 기업이 올해 3개가 늘어 7월 현재 15개로 미국 242개, 중국 119개보다는 적으나 세계 5위권이자 역대 최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간의 우리 정부와 민간의 부단한 혁신성장 정책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15개의 유니콘 기업 중 서너 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내시장 중심으로 국가경제 차원에서 성장과 일자리 증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국내시장 중심의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대부분의 매출과 일자리 증대는 다른 기업의 매출 및 일자리 감소와 직간접으로 연계될 개연성이 큰 것이다. 유니콘 기업 육성도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해야 한다.
둘째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혁신 기술을 무장한 기술 기업이어야 한다. 혁신성장 정책이 기술 개발을 통한 우리 벤처기업의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의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 제품 및 서비스를 플랫폼화하여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작금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우리 벤처기업이 광속의 기술 변화에 대응하려면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나 산학연관 협력을 통한 R&D(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정부도 R&D 투자가 벤처기업의 혁신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술경쟁력 제고로 바로 이어질 수 있게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산업은 물론 이의 근간이 되고 있는 제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AI, 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반의 신산업 전반으로 R&D 투자의 확대가 시급하다. 일각에서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 비율을 의미하는 R&D집약도가 세계 1위인 반면에 그 성과가 미흡하여 R&D 투자 증대보다 효율 제고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강대국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성과는 R&D 집약도보다 절대금액이 중요하다. R&D 효율 제고도 중요하나 R&D 투자 증대, 선택과 집중을 포함한 R&D 절대금액 열세의 만회 방안이 중요하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세계 일류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셋째로, 세계적 화두이자 초변화 대전환의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ESG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사회, 건강한 사회, 스마트한 사회, 안전한 사회, 성장하는 사회 등 사회가 지향하는 비전과 가치의 달성에 기여하면서 기업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요체이다. 미국, EU 등 선진국은 물론 아세안, 인도 등 신흥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기업발표를 보면 대부분 사회 문제(Pain Point) 해결이나 사회가 지향하는 비전과 가치의 달성을 기업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스타트업 기업의 기업발표에서는 이러한 큰 비전이나 가치 추구보다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매몰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ESG는 사회적 기업 추구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 해결과 비전 및 가치 달성을 통해 존경과 팬덤을 얻는 동시에 엄청난 부와 기업가치도 함께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ESG를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에 두고 기술혁신을 통하여 도전적이고 혁신적 목표를 추구하는 벤처기업을 많이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상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의 세 가지 전략적 방향성인 글로벌 시장 중심, 기술혁신 중심, ESG 중심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개별적 추진과 동시에 상호 연계하여 추진될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 육성이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돌파구이자 살 길이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