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4세대 실손 정책에 3세대에 불똥…서민들 실손보험료 인상 초읽기

2021-11-16 18:00
4세대 거부감에 기존 가입자 3세대로 갈아타…3세대 적자 증가율 1·2세대 대비 2배↑

올해 보험료 인상에서 제외된 3세대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실손보험의 적자 해소를 위해 내놓은 4세대 실손이 판매가 저조한 데다, 3세대 실손의 손실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4세대 실손 실패가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개최될 예정인 공사보험정책협의체에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을 논의한다. 협의체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주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소비자대표 2인, 학계 전문가 2인 등이 참여한다.

이번에 열리는 협의체 회의에서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 케어) 이후 구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 조사 결과 등을 최종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논의에서는 손실이 빠르게 늘고 있는 3세대 실손 보험료 인상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기준 보험업계 3세대 실손의 손실액은 전년 대비 31.3% 급증한 1767억원을 기록했다. 3세대 손실액의 경우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1·2세대보다 손실액 규모는 작으나 전년 대비 손실 증가율만 따져보면 1·2세대(각각 11.8%, 12%)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르다.

여기에 올해 3세대 실손 보험료가 동결되면서, 보험료 인상에 부담을 느낀 1·2세대 가입자들이 대거 3세대로 갈아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1·2세대 실손 계약자 중 3세대로 갈아탄 계약은 50만5061건에 달한다. 작년 전체 갈아타기 계약(25만129건)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지난 7월 출시한 4세대 실손의 가입 건수는 18만2367건(7~9월)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적자 해소를 위해 4세대 실손을 출시했지만, 정작 기존 실손 보험가입자들이 당국이 유도한 4세대가 아닌 3세대로 갈아탄 셈이다.

보험업계는 3세대 외에 기존 1·2세대 실손 상품에 대해서도 20% 이상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4세대를 제외한 기존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4세대 실손 실패로 인해 결국 기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4세대 실손 자기부담률을 올려 보험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책임을 결국 소비자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4세대 실손의 경우 기존보다 자기부담금 비율이 상향된 데다, 비급여 진료 과다 이용 시 다음해 보험료가 최대 300% 급상승하도록 설계됐다.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4세대 실손 가입 시 의료비 보장을 받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진 셈이다.

한편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적자액은 1조4128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기존 1·2세대에서 3세대로 전환한 가입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실제 4세대 가입률이 예상보다 저조해 실손보험 적자해소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1·2세대뿐만 아니라 손실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3세대 역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 인상 외에도 기존 실손 가입자들이 4세대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실손보험 비교시스템도 금융당국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