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리포트] 4차 산업혁명의 집대성, 디지털트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1-11-16 06:12
IoT, 5G, AI 융합해 현실 세계 복제한 디지털트윈
디지털트윈으로 과거 발생한 사고 검토하고, 미래 운영도 시뮬레이션 가능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지능형 교통체계 등 활용 가능성 커

[그래픽=임이슬 기자]

디지털 공간에 현실을 그대로 복제해 재현한다는 개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미 매트릭스나 13층 등 영화에서 이를 배경으로 삼기도 했으며, 유비소프트는 자사의 게임 어쌔신크리드를 기반으로 고대 이집트 생활과 인물 등 역사적 사실을 고증해 교육용 박물관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은 이같은 개념을 우리 현실에 반영하는 기술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초고속 네트워크(5G),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을 집약해 만들어낸 '현실의 쌍둥이'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지능형 교통체계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되면서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디지털 세계에서 사전에 파악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4차산업 융합으로 만들어낸 현실의 쌍둥이, 디지털트윈
디지털트윈은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메타버스는 아바타와 가상세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라면, 디지털트윈은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의 상호작용이다. 현실 세계의 사물, 시스템, 자연환경 등을 그대로 디지털에 복제하고 여기서 시연한 결과나 가치를 현실 세계 정책이나 운영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복잡한 시설이나 장치를 미리 작동해보고 문제점을 찾거나 성능을 시험할 수 있고, 스마트 시티에서는 병원이나 학교 등 사회 인프라 구축과 운용 방식을 미리 테스트해볼 수 있다. 지능형 교통체계에 이를 적용하면 어떤 시간에 어떤 곳이 혼잡해지는지 미리 파악하고, 신호체계를 변경하거나 덜 혼잡한 곳으로 차량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트윈은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IoT와 센서 기술을 이용해 현실 세계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데이터화한다. 5G 통신망을 통해 이 정보를 순식간에 서버로 전송·취합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세계를 만들고 물리적 특성을 반영해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향후 기술 발전은 센서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CCTV 영상 등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며,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현실 세계 모습을 실시간으로 디지털트윈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빅테크 기업은 디지털트윈을 '돈 버는 메타버스'로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에 디지털트윈을 적용해 운영을 최적화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트윈 시장이 오는 2026년 55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또 국내 시장 역시 690억원 규모로, 연평균 7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디지털트윈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클라우드 기반 IoT(Azure IoT Hub)를 기반으로 기업이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건복 MS IoT & MR 아태지역 기술 총괄 팀장은 "MS는 메타버스에 대해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디지털 세계 정보와 동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트윈을 통해 두 세계를 융합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생태계로 정의한다"고 말했다.

디지털트윈을 통해 기업은 먼 곳에 있는 시설에 대해 모니터링하며 제어할 수 있고, 과거 발생한 문제를 가상공간에서 검토하거나 미래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 MS는 다이나믹스 365 커넥티드 스페이스(Dynamics 365 Connected Spaces)를 통해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위한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 부동산관리 회사 바사크로난(Vasakronan)이 주요 활용 사례다. 바사크로난은 건물 상태를 모니터링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비용을 최적화하는데 MS 디지털트윈 기술을 사용 중이다. 에너지 소비량 데이터를 월마다 측정하지 않고, IoT 센서를 통해 시간 단위로 처리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주류 생산업체 앤하이저부시(ABInBev) 역시 디지털트윈을 통해 생산설비 시설에 대한 관리를 효율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풍력발전 생산효율과 예방정비를 위해 이를 도입했다.

이건복 팀장은 "메타버스가 초기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메타버스를 넘어 B2B나 일반 업무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디지털트윈처럼 현실과 가상의 연결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 교육, 안전 등 국내 시장도 디지털트윈 도입에 적극
국내 역시 디지털트윈을 통한 스마트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올해 4월 1일, 서울시 전역(약 605.23㎢)을 디지털 세계에 복제한 디지털트윈 서비스 S-Map(에스맵)을 선보였다.

에스맵은 단순히 시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3D 지도를 넘어 바람이나 일조량 등 물리적 정보까지 반영해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가령, 계절과 지형에 따라 바람의 경로, 세기와 방향, 지형지물 영향 등을 제공하는 바람길 정보는 건물 배치나 산불확산방지, 미세먼지 저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지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공공건축물과 지하철역사 실내지도 정보도 제공한다. 여기에 공시지가 같은 부동산 정보, CCTV를 통한 실시간 교통 정보도 함께 제공해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시뮬레이션 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부터 해당 사업에 착수해 60만동에 이르는 건물과 시설을 3D로 구현하고 각종 데이터를 통합했다. 올해부터는 도시계획·교통영향평가위원회 등 7개의 위원회 의사결정에도 에스맵을 활용할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디지털트윈 사업에 본격 착수하고, 첫 작업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한다. 이번 협력을 통해 관람객은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가상·증강현실 기기 등을 통해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네이버는 가상 박물관 구축을 위해 로봇과 정밀스캔 기술을 이용했다. 로봇은 박물관 내부를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며 촬영해 3D 지도를 제작한다. 여기에는 네이버랩스의 M1X 로봇과 어라이크 솔루션이 쓰인다.

LG유플러스도 디지털트윈을 통한 사회 안전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되면서 임직원 안전 확보와 이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커졌다. LG유플러스는 대한안전산업협회, 센코 등과 협력해 각 기업의 사업장을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하고, 작업자 안전을 모니터링하며, 사고 발생 시 내용 전파와 긴급신고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