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게임하며 돈번다는 P2E, 진입장벽 낮추고 게임성 높여야
2021-11-13 11:30
필자 역시 지난 2개월간 액시 인피니티를 설치해 체험해왔다. 2개월간 경험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수익 목적으로는 이득이 생각보다 적고, 재미를 목적으로 하기에는 게임성이 떨어진다.
우선 진입장벽에 관한 이야기다. 게임을 위해서는 '액시'를 최소 3개 구매해야 한다. 각각의 액시는 서로 상성이 있고, 공격이나 방어 등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달 12일을 기준으로 거래 중인 액시는 최소 89달러(약 10만원)에서 시작하지만, 평균 거래 가격은 328달러(약 38만원) 정도다. 이를 3개 구매하려면 적어도 우리돈으로 100만원 이상의 이더리움이 필요하다.
특히, 액시와 게임 내에서 재화로 쓰이는 유틸리티 토큰(SLP, ASX)은 '로닌'이라는 지갑에 보관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로닌 지갑과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또 다른 이더리움 지갑 '메타마스크'를 거쳐 로닌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에 해당하는 가스비(Gas Fee)를 이중으로 지불해야 한다.
수익을 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액시를 이용해 던전을 공략하면 게임 내 재화인 SLP를 얻을 수 있다. SLP를 모은 뒤 14일 후면 이를 환전할 수 있으며, SLP 하나당 우리돈으로 100원 미만의 가치가 있다.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SLP는 하루 최대 50개다. 여기에 다른 사용자의 액시와 대결해(PVP) 승리하면 추가적인 SLP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능력치가 좋은 액시를 준비해야 하며, 당연히 초기 투자비용 역시 더 커진다.
또 다른 수익 수단은 교배다. 액시는 각각의 고유한 속성을 갖추고 있으며, 두 액시를 교배하면 '부모'의 속성 중 일부를 물려받은 '자녀'가 탄생한다. 교배 과정에 SLP와 또 다른 유틸리티 토큰 AXS가 필요하다(12일 기준 1AXS는 약 15만원).
물론 무한정으로 교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액시마다 횟수가 한정돼 있고 매번 필요한 SLP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마치 좋은 말을 얻기 위해 종마를 구매하는 것처럼 교배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부모 액시 역시 비싼 값에 사야 한다.
자녀 액시를 얻었다면 이를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AXS 가격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자녀 액시를 판매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최근 사용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사용한 AXS보다 낮은 가격으로 액시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일종의 눈치싸움도 필요하다.
장기간 게임을 진행하면 수익은 반드시 발생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게임성이다. 액시 인피니티는 캐주얼 전략 게임이지만, 오늘날 모바일 게임과 비교하면 그래픽이나 게임성이 확실히 낮다. 단순히 수익만 보고 게임을 하기에는 들이는 시간과 비교해 수익이 적고, 재미로 하기에는 게임성이 부족하다.
최근 P2E 모델이 주목받으면서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대형 게임 개발사 역시 블록체인과 NFT 기반 게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위메이드는 이미 미르4 글로벌 버전을 통해 게임 내 아이템을 수집해 가상자산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선보이며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 13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또 액션스퀘어, NHN 등 게임 IP를 가진 기업과 협력해,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에서 선보이는 등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서 개발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게임의 본질인 '재미'다. 새로운 사용자가 유입되고, 게임 내 NFT 아이템을 사고파는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 게임으로서 매력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수익만을 위해 재미없는 게임을 반복하는 것은 사용자 스스로 가상자산 채굴기가 되는 일이며, 사용자가 감소하면 게임을 통해 얻은 자산을 거래할 상대방도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