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코로나19 '슈퍼항체'가 코로나 시대 끝낼까?
2021-11-12 18:53
'DH1047', 모든 변이에 작용 가능한 중화항체 '맞아'
발견 시점 너무 늦어...치료제화 이전에 '코로나 종식'
발견 시점 너무 늦어...치료제화 이전에 '코로나 종식'
미국의 한 연구진이 모든 종류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중화항체 'DH1047'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화제를 끌고 있다. 이를 보도하는 기사마다 '슈퍼항체'란 말로 당장이라도 코로나19 시대를 종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정말 해당 연구가 슈퍼항체를 발견한 것인지, 그리고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를 명확히 확인해주는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아주경제는 12일 해당 연구에 대해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의 자문을 받아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DH1047'은 그간 인류가 찾아오던 '꿈의 항체'일 순 있지만, 발견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향후 이를 활용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개발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충분히 종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슈퍼항체의 발견?
해당 연구는 '실험용 쥐에서 사스(SARS) 관련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광범위하게 교차 작용하는 항체의 중화 작용과 감염 보호(A broadly cross-reactive antibody neutralizes and protects against sarbecovirus challenge in mice)'란 제목으로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과학저널인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판에 소개됐다.연구진은 2000년대 초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을 유발했던 사스바이러스(SARS-CoV-1)에 감염된 환자와 최근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환자 등 1700명 이상의 혈액을 분석해 항체를 분리했다.
연구진은 이 중 50개의 항체가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사스바이러스에도 결합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추가 분석해 교차 결합 항체 중 중화 효과가 탁월한 'DH1047'을 확인했다.
◆정말로 슈퍼항체일까?
해당 연구와 관련해 설 교수는 'DH1047'이 그간 인류가 찾던 '슈퍼항체'일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코로나19 백신의 핵심적 효능은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억제하는 중화 기능이다. 이를 위한 기본 원리는 바이러스의 부분 중 감염을 유발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 정보를 인체에 전달해, 인체가 미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항체(중화항체)를 형성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백신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목표로 하는 것은 바이러스의 감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경우,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가 반응해 바이러스와 결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인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통해 ACE2 수용체 대신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먼저 반응하는 항체를 형성한다면 바이러스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바이러스가 감염을 거듭하며 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즉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스파이크 단백질의 모양이 일부 변하면, 중화항체가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일부 놓치게 되는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로 코로나19 재유행이 반복되자 과학자들은 어떠한 변이에도 작용하는 '슈퍼항체'를 찾아왔다. 변이 과정에도 잘 변하지 않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에 작용해 결합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연구해온 것이다.
설 교수는 이러한 의미에서 해당 연구가 발견한 'DH1047'이 인류가 그간 찾아오던 항체가 맞는다고 설명했다.
◆슈퍼항체, 코로나19 시대 종식에 도움이 될까?
다만 설 교수는 연구진이 뛰어난 항체를 찾은 게 맞는다곤 했지만, 너무 늦게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는 소형 동물인 실험용 쥐(마우스)에서 효과를 확인했지만, 대형 동물은 물론 인체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설 교수는 인류를 상대로 이를 치료제화하기 위해선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따라서 해당 연구 결과가 1~2년 전에 나왔다면 효용성이 있었을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치료제화할 가능성이 '제로(0)'라는 것이 설 교수의 평가다.
현 시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효과적인 치료제가 이미 나온 상황이며, DH1047을 활용한 치료제가 나올 시점에선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종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설 교수는 연구진이 'DH1047'의 치료제화 연구·개발에 착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