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까지 나선 인플레…"최우선 해결 과제"

2021-11-11 11:08
바이든 "경제회복은 분명히 진전 있어"

미국 물가가 예상외로 치솟으면서 백악관마저 긴장하고 있다. 백악관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물가상승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치솟는 물가 지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경제가 회복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물가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용에 있어서 실업률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경제회복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우선 강조했다. 이어 당일 발표된 물가에 대해서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관련 대책과 조치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라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는 있지만, 국제경제위원회에서 에너지 관련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도록 지시했으며, 연방거래위원회에 이와 관련한 가격 조작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가의 상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가 재가동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프라 법 홍보를 위해 찾은 볼티모어에서도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볼티모어 항구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재차 "소비자 물가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여전히 우리가 극복해야 할 난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볼티모어 항구는 미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곳 중 하나다. 최근 미국 항구에서 벌어진 물류대란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요 급증으로 화물이 크게 늘었지만, 각 항구가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물품이 제때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은 심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 항만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볼티모어 방문을 시작으로 의회를 통과한 인프라 예산안의 대국민 홍보를 위한 전국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20[사진=로이터·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5일 서명하는 인프라 예산 법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푸는 것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법안이 오히려 미국 국민의 생활, 육아, 노후 비용을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경제 회복에서 진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임금은 상승하고, 자산 가치도 상승하는 한편 개인 부채는 줄고 실업률도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경제긴급대응팀을 가동하면서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월마트와 UPS 등의 기업에 연말 내 급증하는 수요에 대비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또한, 정부의 대응팀은 롱비치, LA 등 대형 항구에서 원활한 물류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경제와 관련한 우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몇 달간 최저로 하락하고 있다.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상·하원 다수당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 문제 해결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2%, 전월보다 0.9% 각각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지난 1990년 12월 이후 거의 31년 만의 최대폭 급등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4.6%,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근원 CPI는 1991년 8월 이후 30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는 4.8%, 전년보다는 30% 올랐다.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전월보다 0.5%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5% 올랐다. 전월 대비 상승률이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상승세가 계속되며 전년 대비 상승률은 2019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는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임금이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마 샤 프린시펄글로벌인베스터스 수석 전략가는 "확실히 인플레이션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 악화하고 있다"며 "주거 비용이 늘어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한 증거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처럼 물가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을 기미를 보이면서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특히 10월 CPI 상승률은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3배 이상 넘어섰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9월 기준으로 4.4% 오른 바 있다.

한편, 11월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본격적인 쇼핑 시즌은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0월 CPI가 '물가 상승 속도가 점차로 둔화할 것'이라는 워싱턴의 희망을 좌절시켰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