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긴축 시대] 연준 "이달 테이퍼링 개시해 내년 6월 종료...인플레도 2분기 중 안정

2021-11-04 08:42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완화' 기조를 유지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를 시작으로 금융환경 정상화 작업에 돌입한다. 연준은 이달 말 월 150억 달러 규모로 시작해 내년 6월 중 종료하는 '느린 속도'의 테이퍼링 계획을 공개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연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연방기금금리(FF·기준금리)를 기존의 제로(0) 수준(0.00~0.25%)으로 동결하고 테이퍼링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미국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월례회의 결과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은 성명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 경제가 상당한 진전을 이룬 점을 반영했다"면서 자산 매입 축소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어 현재 연준이 자산을 매입하는 속도와 유사한 정도로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 "경제 전망 변화가 정당화될 수 있다면, (자산 매입 축소) 속도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이달 말 테이퍼링을 개시해 11~12월 2개월간 매달 (미국) 국채 100억 달러와 주택담보부증권(MBS) 50억 달러씩, 총 15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을 축소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WSJ은 연준이 향후 해당 속도를 유지할 경우, 내년 6월에는 테이퍼링 작업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신문은 연준이 향후 테이퍼링 속도 변화 가능성을 유보했다고 평가했다.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거나,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따른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 왔다.

또 이날 연준은 물가 상승세(인플레이션)가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견해도 유지했다. 올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노동 임금도 상승세를 유지하자, 시장은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며 인플레이션 심리가 고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키워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일시적'이라는 공식 견해를 일부 수정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연준의 성명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공급 불균형과 경제 재개(의 영향)가 상당한 가격 상승에 일부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성명은 그러면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공급 제약 완화에 따라 경제 활동과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성명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진행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내년 2분기 중 인플레이션이 안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한편, 임금 상승세고착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초래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공급망 사태와 강력한 수요가 작용해 발생한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시장의 충격(테이퍼 텐트럼·테이퍼링 발작)을 의식한 듯 "금리 인상의 시기라고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최대고용 달성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고 말했다.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 별개의 결정임을 9월 FOMC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한 번 피력한 것이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은 경제 상황에 달려 있으며, 우리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주저하지 않고 행동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