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빛과 그림자...주거 양극화 더 깊어졌다
2021-11-17 06:00
올해 부동산 시장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의 약진이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중반부터 결혼, 출산을 앞둔 30~40대까지 부동산 구매 행렬에 동참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확실히 한 단계 레벨업 됐다.
부동산 시장의 기초체력은 강해졌지만 주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매수 주체로 떠오른 젊은층의 구매력이 부모의 경제적인 지원이나 증여 등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부동산 경기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금융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부모의 경제력을 등에 업은 청년들과 그렇지 못한 청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주택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의 MZ세대 구매 행렬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올 1월부터 9월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의 40대 이하 구매건수는 2만8041건으로 서울 전체 거래(4만2973건)의 70%에 육박한다.
이 같은 수치는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2억1639만원(KB국민은행 통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6억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10억원대에 진입했다. 올 4월에는 11억원대(11억1123만원)로 올라선 뒤 10월에는 12억원선까지 넘어섰다. 특히 강남권 평균 아파트 가격은 14억4865만원으로 15억원에 육박한다.
실제 아파트 증여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의 거래원인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아파트증여는 2019년 6만4390건에서 2020년 9만1866건, 올해(9월 말 기준) 6만3054건으로 집계됐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증여건수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역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에는 20대 이하의 편법 증여 의심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 건수는 14만1851건, 거래금액은 35조5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지난 3년간 2006건으로 거래금액은 총 3541억원에 달했다. 1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2019년 332건에서 2020년 728건으로 2.2배 증가한 데 이어 현재까지 946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량을 넘어섰다.
김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의 주택자금 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생(만 24세) A씨는 지난해 8월 용산구 주성동의 주택을 19억9000만원에 매수했는데, 매입자금의 89.9%(17억9000만원)를 어머니에게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30년 만기, 연이율 2.70%,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은 726만원에 달한다.
건설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소득 등 주택을 구매할 여력은 되지만 당장 현금이 부족한 이들은 집을 장만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이 되고 있다"면서 "반면 부모의 도움이나 증여를 받은 이들은 어려움 없이 집을 마련할 수 있어 배경이나 재산 규모에 따라서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도 "경제적인 양극화는 소득과 투자활동을 통한 자산양극화 개념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데 최근에는 주택구매비용이 높아지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기본재산의 차이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특히 내집마련은 소비활동인 동시에 미래 자산가치 상승의 기회를 불러오는 투자활동인데 지금처럼 임차비용이 높아지면 개인이 주거분야에서 단순한 소비활동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없게 돼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