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해운산업, 국민경제의 튼튼한 버팀목
2021-10-20 03:00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7%가 선박을 통해 운송된다는 점에서 해운산업은 매우 중요하다. 컨테이너 수출입 운송을 외국 선사에 맡길 경우 수출길이 막히거나 더 높은 운임을 지불해야 하고 이는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철광석·석탄·원유 등을 운송하는 국적 벌크선사들은 국내 화주들에게 경쟁력 있는 운임을 제공함으로써 유가, 전기요금, 식료품 가격 등 생활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곡물의 경우 국내 식량 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30% 선에 그치며 식량주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적 선사들은 장기운송계약을 통한 안정적인 곡물 운송으로 식량 안보를 지켜나가고 있다.
국가 필수 산업인 해운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선박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총 1615척의 외항 화물선을 보유하며 세계 7위를 기록 중인데 중국(6869척)이나 일본(3910척)보다 선복량이 적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올해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이 2016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정부의 고효율 신규선대 확충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둘째로는 국적선사들이 고효율‧저비용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선사들이 불황에 약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외국 선사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선가가 비쌀 때 높은 금융비용을 지불하면서 선박을 확보함에 따라 불황기에 상당한 영업 손실이 계속 쌓일 수밖에 없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많은 국적 선사들이 파산하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큰 폭으로 변동하는 선박 가격 움직임을 잘 모니터링하고 전망하는 동시에 선사들 선박금융 비용을 낮춰줘야 한다. 공사는 전문적인 선가정보 제공과 경쟁력 있는 선박금융 제공을 통해 적기에 선박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운 정보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해상 운임은 그 본질적인 특성상 급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매우 크다. 광범위하고 빠른 정보력을 기반으로 해운 시황 변동에 유연하게 잘 대처해 살아남은 유럽 중심의 해외 선사들이 현재 전 세계 해운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사들도 해운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을 강화해 글로벌 초일류 선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사도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해운정보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 탄소중립 등으로 해운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선박에 대한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전 세계 모든 선박은 이른 시일 내에 탄소 배출량이 적은 배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자율운항선박,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해운산업에 도입되면서 앞으로 획기적인 산업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인 동시에 세계 1위 조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환경 선박 전환과 디지털 물류 혁신은 국내 해운산업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다. 정부와 공사는 '2030년 세계 해운산업 리더 국가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친환경 전환 가속화와 스마트 해운물류 시스템 도입 등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정책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적극적인 추진에 힘입어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전 글로벌 위상을 회복했으나 앞으로 글로벌 해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공사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국민 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는 동시에 조선·철강·물류 등 전후방 관련 산업의 연계 발전을 주도하면서 부강한 나라 건설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