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독이 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2024-12-26 17:56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기고

내년 연초부터 BYD(비야디) 등 대표적인 중국산 승용전기차가 수입될 예정이다.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 업체는 한두 곳이 아니다. 이미 중국산 전기버스는 시장 점유율이 50%에 도달했고 전기상용차도 시장의 예측 이상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첨단 산업인 자동차 산업도 '메이드 인 차이나'로 뒤덮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국내 경제를 이끄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질까 봐 관련 우려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미국, 유럽과 같이 보이지 않는 과도한 재정 지원으로 저가 정책을 유지하는 중국산 전기차 등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물론 피해 기업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조사요청을 하는 것이 우선적인 조건이 돼야 한다.

하지만 벌써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가장 큰 의문은 정말 정부가 상계관세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다. 관련 내용을 들은 중국 정보는 다양한 경로로 빠르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는 함부로 배제 정책을 추진해 모든 것을 잃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다.

국가 간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는 국가 경제 구조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방어 방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최근 무역 시장은 일반적인 국제법 질서가 무너지고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한 국가가 정당한 방법으로 규제를 해도 상대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보복관세를 부과해 산업 자체를 초토화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약 10년 전 중국 정부가 중국산 토종 배터리 기업에는 다양한 지원을 해주면서도, 현지에 진출해 생산한 한국 기업의 중국산 배터리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중국 생산 생태계에서 중국 생산 인력을 동원해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한 만큼 당연히 같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인 NCM배터리라는 핑계를 대며 관련 지원을 하지 않았다. 참으로 설득력 없는 주장이지만, 한국 기업은 힘의 논리에 따른 불평등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는 공멸할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곰곰이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국이 경제·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한 전략적 정책을 몇 가지만 운영해도 한국이 이를 버티는 것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현재 중국 전기차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환경성 계수 등을 고려해 낮은 보조금을 받게 될 터이니 한국 전기차와 가격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당장 중국 전기차로 인해 한국 시장이 초토화되는 일은 없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의 불법적인 비호를 토대로 성장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가 한국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때문에 합법적으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의 시장 진입을 차단할 수 있는 교묘하고 슬기로운 방법을 지속해서 찾아야 한다. V2L(Vehicle to Load) 등 한국만이 가진 기술에 대한 보조금을 더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자체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민관협력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사진=김필수 자동차연구소]